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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삶을 위안하는 부 론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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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 언어예술과 교수)
비오는 날 해질 무렵의 부론강은 자신의 정체를 가장 잘 드러내고 완성하는 시간이다.
원주가 자랑삼을만한 품목 안에 치악산이 있다. 치악산은 그 도도한 흐름만으로도 명산에 값한다. 그래서 원주가 삶의 터가 아닌 사람들에게 치악산은 지속적인 동경의 대상이 된다. 원주 시민들의 삶을 위안하는 것에 부론강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본래는 남한강이 맞지만, 이름의 포괄성이 크고 지역적으로 부론을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부론강이라고 명명한다.
부론강의 저녁풍경은 원주에서 만난 몇 되지 않은 감격이다.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그 풍경은 더 없는 위안을 주는 한 줄의 시다. 강물의 유장한 흐름 위에 몇 마리 새들의 날개짓이 얹어 지면 부론강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정서는 부드러워지고 깊어질 수 있는데, 잠정적으로 그런 것을 풍경교육이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요컨대 자연의 풍경 속엔 인위의 어떤 관념도 배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해질 무렵의 부론강이 자신의 정체를 가장 잘 드러내고 완성하는 시간이다. 물론 이런 시간을 제대로 맞추기는 쉽지 않다. 부론강의 사계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사계 모두 매혹적이서 보는 이들을 고즈넉하게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고 본다. 의암호가 춘천을 그리고 경포대가 강릉을 완성해가는 힘이듯이 부론강이 원주 시민의 가슴에 흘러넘치는 삶의 원천이기를 바라는 것은 개인적 욕심에 그치는 것일까.
부론강의 강둑에는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다. 원주시청에서 배려한 것일 테다.
그 의자에 앉아서 사색을 즐기고 간 사람들은 그 범상한 의자에 감사했을 것이다. 물론 의자를 배치할 생각을 한 시청 공무원들의 유연한 문화적 사고도 떠올려봤을 것이다. 같은 감사의 맥락에서 보자면, 원주소방서에서 구곡지구 방면으로 꺾이다 보면 거기 조그만 공원이 있다. 자투리의 공간을 쌈지공원으로 가꾸어놓았는데 거기 황동규의 시를 비롯한 몇 개의 시비가 시의 강물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다. 거길 걸어서 지나간 적이 있는 시민들은 조용한 시의 물결소리를 듣고 홀로 감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가끔 부론강에 나가 강을 감상한다. 돌아올 때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선다. 강물에게 줄 것은 주고 또 챙길 것은 무심히 챙겨 돌아온다. 그게 원주를 사는 한 개 방식이다.
걱정은, 지금 저렇게 한갓진 풍경들이 어느날 시장논리에 물든 시선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자들은 어느날 부론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횟집을 차리고 흔한 카페를 지으려 할지도 모른다.
생각만이지만 끔찍한 일이다. 눈앞에서 정동진의 본질이 사라지고 자본주의와 천박한 관광만이 우리 앞에 드러났듯이 부론강이 그런 슬픈 운명을 겪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시장님이 나같은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을 덜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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