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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성 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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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 경 (한라대 교양학부교수)
붓다는 성도(成道) 후 40년 간 그 어느 학자보다도 더 많은 가르침과 말씀을 남긴 인류의 스승 중 의 스승이다. 논자는 그를 스승들중의 하나로 알지 그를 믿지는 않는다. 붓다(buddha)란 단어는 ‘깨어난다’라는 뜻을 가졌으며, 보디(boddhi, 보리)는 깨어남, 참보리(Sambodhi)는 완벽한 깨어남을, 보리살바(bodhisattva)는 완전히 깨어날 준비가 된 자를 의미한다. 이처럼 붓(Budh)은 깨어남과 지적 능력을 의미하는 어근(語根)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아침 식사 혹은 출근을 하며 잠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붓(buddha)’의 의미에서 보면 그대는 깊이 잠들어 있다. 왜냐하면 그대 안에는 온갖 욕망과 상념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눈은 뜨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로 향한 눈이지, 자신의 내면과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욕망과 사념으로 채워진 정신은 깨어있지 못하며, 진정한 주체(The Self)를 상실할 뿐, 거기에는 에고만이 남아 또다른 미망을 꿈꿀 뿐이다. 불난 호떡집은 불을 끄기 위한 그 순간 어제도, 미래도 과거와 미래에 얽힌 모든 상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첫사랑의 추억도, 부자가 되겠다는 꿈도 그 순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순간 그가 얽혀있던 외부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는 ‘지금 이 순간’ 안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이 순간은 상념에 얽힌 꿈과 욕망과 번뇌도 함께 불타버린다. 석가는 열반을 불이 다타서 꺼진 자리라 말했다. 욕망과 사념과 번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진정한 깨어남은 미래에도, 과거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바로(now) 여기(here)에 존재할 뿐이다. 열반과 진아(眞我)는 다른 어디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nowhere) 바로 여기에(now-here) 존재할 뿐이다. 그대는 오직 깨어있을 때에만 진리 혹은 신을 만날 수 있다.
지식과 지성은 다르다. 지식은 앎을 방해한다. 왜냐하면 지식에 의한 믿음은 그대를 편견의 장막으로 포위하기 때문에, 그는 논쟁 속에 늘 머물러 있다. 지성적인 사람은 아무 것도 믿지 않으며, 아무 것도 불신하지 않는다. 그는 늘 진실을 알기 위해 자신을 열어놓는다. 지식의 이데올로기에 찌들지 않기 위해, 진리가 들어 올 공간을 늘 열어놓는다.
그러나 지식을 믿고사는 지식인들은 이미 자기가 믿는 지식이 자기 안에 왕좌를 차지해 더 이상의 믿음도, 지식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 때부터는 자기 지식의 생존을 위해 배타성과 논쟁을 일삼으며, 때로는 자기 학위에 기대어 그 권위를 인정받으려 하고, 때로는 학회를 결성하여 인해전술로 밀어부친다. 학계에서 지성적인 사람을 발견하기란 매우 힘들다.
그들은 세상의 지식을 갖고 학위를 딴 것이지 성찰을 통해 자신을 자연으로 끌어내린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가 들어올 자신의 빈 그릇을 빚는 대신, 지식과 정보를 통해 기억량을 증가시킨, 각종 이데올로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믿는’, 지식에 기초한 믿음은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지성인이란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자신의 용광로 속에서 녹일 수 있는, 그래서 새로운 보석을 ‘창조’ 할 수 있는 연금술사와 같이, 불을 다루는 ‘용기’와 수없는 시행착오의 ‘열정’과 새로운 사실을 배타하지 않고 수용하는 실천력과 뜨거운 용광로를 다루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박사학위를 가진 실업자가 8천명이 넘는다는 90년대의 통계가 있었다. 지식인이 대량으로 방출된, 고학력 사회를 살고 있다.
지식인이 아니라 이제 지성인을 양육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배운 사람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라 깨달은 사람이 지배하는 세계가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학력사회가 아니라, 지성적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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