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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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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시’는 공식적이고 논리적인 삶이
주지 못하는 지혜의 길을 열어준다
어디선가, 들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신비다. 그리고 오늘은 선물이다.
다소간의 소녀취향을 제한다해도 통찰의 값이 넉넉하다. 오늘을 선물처럼 받아안고 음미하면서 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루를 바삐 살아치우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숙제이자 부채이다. 음미가 배제된 삶은 선물이 아니라 족쇄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눈뜨면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우리들이 순수하게 누려할 시간적 여백을 다 채워버린다.
권태롭고 나른한 여유와 빈둥거림의 개인적 미학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게다가 우리는 각종 선거와 스포츠에도 시달려야 한다. 개인의 선택과 관계없이 다가온 사회적 일정들이 또한 우리들의 삶의 빈 칸들을 빼곡히 덮어가고 있다.
얼핏 보면 분망하게 사는 것이 발전의 동력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망이 현대적이라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과연 그럴 것인가는 좀더 찬찬히 새겨서 뜯어보아야 한다.
인제군 진동리에 살면서 농사짓고, 그림 그리고, 글쓰면서 사는 최용건 화백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하늘과 땅을 울리는 박수소리에 놀랍게도 세상은 새롭게 변신하는 것이니 권태로울 때는 들녘에 나가 박수를 치자는 얘기이다. 가히 놀랍고도 즐거운 발견이다. 시적 발견에 값하는 충만감이 거기 있다.
우리 대학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서 만난 한 주부의 말이 기억난다. 김소월의 <초혼>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마침 그 주부가 원주시내 아무개 병원 영안실 벽면에 붙어 있는 이 시를 보고, 한참동안 시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었다는 고백을 들었다.
시의 힘은 그런 것이다. 한 사람의 영혼 깊은 곳을 가르며 공식적이고 논리적인 삶이 주지 못하는 지혜의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시를 읽는 이유의 중심에 해당한다.
원주에 살면서, 여러 곳에서 시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을 만나게 된다. 시화전, 시낭송, 강연회, 붙박이 시비 같은 예들이 그것이다. 물론 지방시인들이 지면에 발표한 시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어디나 대차가 없긴 하지만, 원주 시적 열기가 다른 도시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소수의 문학인들이 지방문단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제외한다면 시에 대한 시민들의 공적 반응은 미미하다.
그러나 원주문협, 토요시동인, 물소리등에 소속된 시인들이 펼치고 있는 시적 열정들은 귀한 것이다. 그들로 인해 원주에 시가 존재하고, 시민들은 시를 통한 위안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연히 다가선 오늘을 맞으면서 한 편의 시를 읽자. 그것은 오늘의 의미를 질문하는 방식이고 틀 속에 갇힌 일상에 쾌활을 주는 박수소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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