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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시대를 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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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호 (21세기 농촌선교회장)
인간을 가리켜 흔히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다.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인간에게 정치는 필연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정치를 혐오하거나 죄악시하는 것은 본질적인 관점에서는 옳지 않다. 최근 많은 국민들이 갖는 정치혐오증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 현실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지 근본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떠나 혼자 살지 않는 한 정치는 어느 영역에 있어서도 나의 삶과 항상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체제를 받아들인 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되었고 다수의 국민들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하여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정치인 하면 먼저 돈, 조직, 부정부패, 사기꾼, 도둑놈등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특히 요즘 계속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무슨 무슨 게이트 사건을 접하노라면 그것은 더욱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정계(政界)는 그야말로 “당신들의 천국”인 것이다. 정(政)은 정(正)이라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셨다.
성경은 정치의 핵심 요소를 정의(正義)라고 가르치고 있다. 곧고 평탄해야할 곳이 굽고 울퉁불퉁해 있으니 민심이 그것을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고 냉소적이다. 공(公)은 사라지고 사(私)가 판치며 의(義)는 간데 없고 이(利)만 눈에 보인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리사의(見利思義) 등의 경구는 쓰레기통에나 처 박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쨌든 정치는 누가 하든 해야 하고 누굴 찍든 찍어야 한다. 투표를 몽땅 보이코트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찍을 사람이 없어서 안 찍어도 누군가는 당선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우리의 절망이 있고 동시에 희망이 있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10년이 되어 온다. 민주주의의 꽃이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도화된 형태인 지방자치제도는 그러나 아직 그 본래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오랜 세월 권위주의적인 독재체제하에서 국민은 정치의 객(客)으로 전락하였고, 국민주권의 실제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한 오랜 중앙집권체제하에서 지역의 일꾼들을 중앙으로 빼앗겼고,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과 재정은 지방으로 이양되지 않아 중앙의 통제 영역이 아직도 많으며 재정자립도가 낮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지역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과 의지가 점차 고양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남의 일로 여겨왔던 일들이 이제 보니 나의 일이요 나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일임을 알게된 것이다. “주민자치에 의한 생활 정치”의 시대가 점차 열리고 있다. 지역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참된 민주주의의 시대를 이제 펼쳐가야 한다. 그러려면 주민 한사람 한사람이 주인의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 주인은 자유와 권리를 갖지만 동시에 책임과 의무도 지닌다.
무슨 일이 잘못되면 이제까지는 남을 탓하고 책임을 물었지만 주민자치 시대에서는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책임과 의무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돈 봉투나 향응을 받고 찍어주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남을 탓하고 주민자치를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낮은 정치 수준은 낮은 정치의식의 반영이다. 궁극적인 책임은 주민에게, 나아가 나 자신에게 있음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일꾼을 선출하는 일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주인 의식을 갖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지는 자세로 주민자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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