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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전개되는 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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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일출이 떠오르는 화면을 보여주는 뉴스에 이어 각종 정치적 스캔들로 이어지는 구랍의 뉴스들은 답답함을 금치 못하게 한다. 뿐만아니라 지어먹은 새 각오의 의기마저 꺾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사는 시민들은 여전히 내일에 희망을 건다. 금년은 각종 선거와 월드컵으로 국내가 소란스러울 것이다. 벌써부터 이와 관련된 열기들이 고조되고 있고 매스컴은 카운트 다운을 향해 잔뜩 바람을 잡고 있다. 국가의 중대사라는 점에서 누구도 군소리를 달 수 없는 일이다.
88올림픽을 치르면서 우리가 비로소 세계사에 편입되었다는 의견은 부인하기 어려운 말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 치르게 되는 세계적인 축구 제전도 우리의 현실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지방선거와 대선도 새로운 지도자를 가려낸다는 점에서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비중 있는 행사들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한다. 월드컵이나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흔히 행사들이 내건 플래카드와 대의명분 뒤에 가려지고 훼손되기 쉬운 개인의 내밀한 삶에 있다.
이미 거리에는 월드컵 개막일을 계산하는 전광판이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다. 디데이의 잔여 일수를 가리키는 숫자를 쳐다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 것일지 자못 궁금하다. 일말의 설렘이 없지 않겠지만, 생을 가불하여 살고 있다는 혹은 삶이 공중에 붕 떠 있다는 우울함을 돌려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받아놓은 날은 빨리 다가온다는 속언이 있다.
지금 우리가 받아놓은 축구행사는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국가 동원체제를 연상케 하고 이젠 대부분 잊혀졌지만 20세기의 한 시기에 펼쳐졌던 새마을사업의 자본주의적 복사판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장인가? 올해도 행복하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도 엄살일까? 무릇 소란스런 행사는 개인의 은밀하고 사소한 삶을 휘발시키기 쉽다.
일련의 소란들이 조용하고 한가롭고 다소 지루한 일상을 뺏아갈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삶은 사소한 것의 총체이지 행사와 사건의 총체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이 춤추면 더불이 지방이 춤춘다.
제발 시민들의 빈 가슴을 채워주는 조용한 행사들이 많이 기획되었으면 좋겠다. 떼로 몰려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행사는 이제 치웠으면 한다. 원주만이라도 이런 사색들이 늘어났으면 싶어 새해 벽두에 이런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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