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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영성을 기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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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 호
21세기 농촌선교회장
21세기에 들어선지도 1년이 지나가고 있는 이즈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화두(話頭)는 ‘생명’이다. 식자층들의 인구(人口)에 이미 오래 전부터 회자(膾炙)되어온 주제이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겠으나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인류사적 과제는 생명의 문제일 것이다.
시대를 따라 주어지는 과제가 늘 있어왔지만 이 시대의 화두인 생명의 문제는 매우 근본적이고 전체적(holistic)이며 전지구적인 긴박한 과제라는 점에서 그 양상과 무게가 다른 것 같다.
산업혁명 이후 공존과 순환을 파괴시키는 유해물질들을 대량 생산하여 버림으로써 생태계의 순환구조와 역동적 균형체계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석유화학 중심의 산업구조는 인류의 삶을 일정한 정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고 있으나 실상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 많은 생명체들의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구의 생물 역사상 어느 한 종(種)이 이렇게 전 지구를 석권한 적이 없다.
과거 공룡이 한 때 번성하여 일시적으로 우세했던 적은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멸종당하고 말았다. 그들도 자연의 섭리를 결국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직립(直立)하여 손이 자유로워지고 도구를 만들 줄 아는 존재(Homo Faber)가 됨으로써 어느 종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월성을 확보하였고, 머리를 하늘로 향하면서 지성과 영성의 세계를 체험, 축적하여 고도의 정신문화를 발달시킴으로써 지구진화의 정점에 서서 전 지구를 지배, 관리하는 존재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생물 종으로서의 압도적 우위는 점하고 있으나 그 지위에 걸 맞는 책임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 전체의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과거 국가주의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요,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산업화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아직도 강렬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나 세계정책이 미국 이익 우선의 국가주의에 기인하고 있는 점과 대부분의 나라들이 경제제일주의의 입장에 서서 생태계 파괴를 뒷전으로 놓는 개발정책이 그 예이다. 50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 소중한 ‘지구생명공동체’의 미래가 인간의 손에 맡겨져 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 시대의 홍수 심판 사건은 오늘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노아의 방주 속에는 여덟 명의 인간 이외에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커다란 배에서 사람이 차지한 공간보다 다른 생명체들이 차지한 공간이 훨씬 넓었음을 알 수 있다. 노아의 방주는 사람만을 살리기 위한 배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다 살리는 구원선(救援船)이었다는 점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면서 공동체로 살아가야 할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상공업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보니 상업이 갖는 이윤추구적인 가치관과 공업이 갖는 작위적 영성에 지배당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의 문명을 죽임의 문명으로 만들고 있는 이러한 가치관의 극복과 세계관의 변화가 요청되고 있다.
죽임의 영성을 물리치고 살림의 영성을, 생명의 영성을 기르는 운동을 전개해야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그 살림의 영성을 기르는 중요한 현장이 농촌임을 발견한다.
생명을 심고 보듬고 가꾸고 거두는 농업적 삶의 구조가 생명의 영성을 기르는 바람직한 조건이다. 상공업중심의 도시문명이 처해있는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여 생명중심의 새로운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창출할 수 있는 현장이 농촌임을 강조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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