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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적은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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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며칠 전, 나는 원주에 소재한 한 문학동아리 시화전 개막전에 초대를 받았는데 죄송스럽게도 가보지 못했다.
내 불참의 변은 이렇다. 듣기로, 그 동아리들은 아무개 방송국이 주최하는 백일장 입상자들로 10여년간 문학적 토론을 거치며 각자의 역량을 키워왔다고 하는데, 그 열절들은 칭송되어 마땅하다.
흔히 만나지기 어려운 문학적 풍경이기에 호감이 가는 동인들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들의 문학적 관심과 애정이 원주문학의 밑자리이자 울타리라는 점에서도 이 분들의 존재는 중요하다.
이 동인들은 이번에 동인지도 출간했고 더불어 시화전, 시낭송회등도 개최하는 강도높은 의욕을 보여준다고 한다.
원주와 같은 건조한 도시에 한 줄기 상상력의 빛을 던지겠다는 그들의 공적인 열정은 문학인이나 비문학인을 떠나 박수를 보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백일장이라는 제도를 기본적으로 못마땅히 여기는 게 나의 입장이다. 백일장은 말 그대로 현장에서 글의 주제가 제시되고 현장에서 짓고 현장에서 당선자를 가리는 한판 승부다.
문학의 저변을 만들고 문학적 재능들을 가려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 있을 것이다. 백일장의 순발력과 문학의 진정성은 그 자체로 모순관계이다. 그런데도 백일장은 지역 행사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꾸준히 들러리를 서고 있다. 워낙 문학은 어두운 골방의 산물이다.
백일장을 제도화한 것이 신춘문예나 잡지의 공모제도이다.
백일장 당선과 문학적 재능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설픈 재능에 헛바람을 잡는 바람잡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경찰도 단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한 개인의 재능을 오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멈춰야 할 일이다. 불행은 늘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곁들여, 이젠, 음악 틀어놓고 시읽으며 하는 시낭송회도, 시 옆에 그림 그려넣는 시화전도 새로운 버전을 모색할 때다. 옛날식 시화전과 낭송회를 보고 들으며 사람들의 정서가 순화되리라 믿는 순진성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 문학적 자존심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차리자.
이런 일이 반성없이 지속되어 문학의 한 풍경이 된다면, 정작 문학 자신은 기약없이 외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주문학의 탱탱한 자존심이 이들 속에서 잉태되기를 나는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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