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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도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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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세 현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A도로, B도로, C도로.
원주에 살면서 흔히 듣고 쓰는 말이다. 외지인들에겐 낯선 이름일 것이다. 촌스러운가 하면 차라리 도시스러운 어떤 느낌을 불러오는 길이름.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무책임하게 붙여놓은 이름이 지금껏 사람들의 입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식으로 된 길이름이 있는데도 이 영어이름은 버젓이 쓰이고 있다. 남의 나라 이름을 빌어 쓰는 것이 수치스러울 테지만, 그런 것이 따져지지 않는 시대이니 나머지는 구태의연한 잔소리가 될 것이다. 내가 원주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81년이다.
그땐 무슨 볼일이었는지 고속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서성이다 돌아간 기억이 있고, 중소기업은행 옆 동아서관에 들러 시집을 한 권 샀던 기억이 난다(지금 보니 동아서관은 A도로로로 이사갔다). 그때 원주에 머물렀던 시간이래야 고작 2시간이었다. 이 짧은 시간에 내가 가졌던 원주에 대한 인상은 생각보다 서울과 가깝다는 정도였다.
그로부터 10년 뒤에 생활인으로서 원주를 다시 밟게 되었다.
원주에 대해 가졌던 유일한 선입관은 군사도시라는 것이다.
왜, 어디서부터 그런 관념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잘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넓게 퍼져있는 통념이기도 하다.
가령, 인접 지역에 있는 강릉이 바다와 호수를 거느린 관광도시 내지는 정신으로는 보수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도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마임축제를 개최하면서 예술과 문화 이미지를 부각해나가고 있다. 물론, 이런 이미지들은 통념에 불과하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통념을 만들고 그것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 도시 이미지는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지난 8월 31일 봉평에서 이효석 문학 축제가 열렸다. 짧은 행사기간에 봉평을 찾은 외지인이 25만이라고 집계되었다. 이 숫자는 원주 인구와 거의 맞먹는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근거로 하여 벌어지고 있는 봉평의 축제가 바야흐로 우리 눈 앞에서 전국적 행사로 격상되는 순간이다. 도시 이미지를 대중성과 연결시키는 가까운 예가 되어 말해 봤다.
이제 원주의 도시 이미지를 그려 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를 위해 시민들과 행정가들 사이의 조율과 합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시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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