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삶과 이데올로기 사이 |
|
|
|
|
|
|
박선경 한라대교양학부교수
세계적으로 탈이데올로기 시대가 온 것은 70-80년대이다. 벌써 20-30년이 흘렀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많은 이데올로기와 교리에 자신의 삶이 저당잡힌 채, 자신의 가치관마저 이데올로기의 한 산물에 지나지 않음을 인식조차 못한 채 살고 있다.
우리가 갖는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는 우리 민족을 한(恨)의 민족이라 불리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비정하게 우리의 삶을 재단하고 때로는 처단해왔다.
한반도의 조그만 땅덩어리 안에서도 북한의 권력구조는 마르크시즘과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남한의 권력구조는 반공사상 심지어 멸공사상을 지식으로 교육하여 왔기에 한민족, 이산가족의 삶은 세계지붕 밑 어디에서보다 그 뒤틀림에 고통받고 신음해왔다.
샤르트르는 그 지배권력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를 비판할 수 있어야 지성인이라 말한다.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유린하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의 지성은 말이 없다.
지성조차 이데올로기와 교리에 가신이 되어버린 현실을 많이 볼 수 있다. 진정으로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끝에 임신한, 시집 안간 누이의 죽음은 집안 망신으로 이어져, 누이를 사랑하던 어린 소년은 누이의 죽음을 슬퍼해야할지, 수치스러워야할지조차 모른 채 숨죽여 성장한다.
세상의 따가운 눈총에 주눅들어, 사랑하던 누이는 원망의 대상이 되었고, 소년은 다시 누이와 같은 삶을 처단하는 아버지로 자란다. 이것은 우리의 유교 이데올로기에 따른 일상과 사고방식이었다.
목숨을 버리는 누이의 숭고한 사랑과 누이를 사랑하는 형제애는 어디에도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지 못한다. 아름다움 그 자체가 빛을 잃는 것이 우리의 삶이었다. 아무런 댓가가 없기에, 처벌이 따르기에 제도 밖의 사랑은 부정된다.
권력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와 제도는 이러한 우리의 진실과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허접쓰레기로 만들기에 충분해왔다. 그들의, 아니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의 순간들과 순정과 진실들은 이데올로기 앞에 턱없이 무너져, 그 존재가치마저 지녀오질 못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삶이고 사회이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도와 이데올로기의 희생자가 되질 않기 위해, 스스로 그 제도의 노예가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찾아오기 전에 계산적인 머리로 막으며, 제도의 희생자가 되기 전에 진정과 순수를 걷워치우고 허위와 가식을 펼친다.
순수와 진실은 사회와 제도를 살기에는 위험하기에,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각박하게 만드는데 열중하고, 오늘도 매진한다. 자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이 행진을 멈출 수는 없다.
아름답게 숨져간 누이는 어느 구석 비석조차 찾을 길 없지만, 시집살이의 모진 고통과 질곡의 삶을 버텨낸 여인들은 열녀문과 효부문을 세워 죽음 이후까지 유교 이데올로기에 봉사했다. 고통과 질곡의 삶만이 상을 받는 세상을 우리 조상들은 애써 만들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 이데올로기는 우리에게 고통과 질곡의 삶을 강요해왔다. 아니 많은 인생들이 자신의 고통과 질곡의 삶을 댓가로 이데올로기와 제도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원하는 세상은, 바라는 삶은 진정 이것이란 말인가?
권력구조가 제시하는 이데올로기와 제도가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감시되어야 한다.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