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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란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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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교수)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성용 화장실 변기 앞에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라고 경고하는 카피를 보고 웃었다.
오, 시가 여기 있구나, 나는 이보다 못한 맹물같은 자기배설을 해왔구나, 해서 오줌줄기가 스스로 멈춰지던 기억은 과장이 아니다.
문학출판도 안식년을 가져야 한다는 누군가의 농담에 기꺼이 동의하며 쓰게 웃은 적이 있다.
질적 갱신이 없는 문학서적들이 너무 많이 너무 자주 쏟아지는데 대한 가시돋친 냉소가 아니겠는가. 하긴, 데뷔니 심사니 문학상이니 하는 최소한의 문학 메카니즘들이 엄격한 긴장감을 상실한 시점에 안식년 농담은 아프지만 적절해 보인다.
부질없어 보이는 농담에 선뜻 공감한 것도 아마 그 순간 나를 통찰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시인행세를 하며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좋은 시 쓰기를 강권한다.
그러나 내 작업을 할 때의 자괴감은 퍽 크다. 문학을 바라보는 비관적인 시선 때문일 것이다.
문학이 폐기처분된 줄 번연히 알면서도 문학의 미래가 있는 듯이 가르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면서도 문학을 가르치고 또한 뭔가 끄적이지 않으면 불안하다.
우습지만, 나는 자위한다. 그대는 이제 퇴로가 없는 길에 들어섰다. 그러니 그 길 위에서 망하도록 열심하라.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문학의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문학의 종언 경위는 자살이나 타살이 아니다. 이는 천수를 다 누린 호상(好喪)에 비유될 수 있을 뿐이다. 호상 앞에서는 울음이 아니라 덕담이 오고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각종 문학현상은 문학의 여진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면 이를 인정치 않으려는, 문학밖에 할 수 없는 잔존세력들의 기득권(?) 수호와 같은 것. 문제는 여기에 있다기보다 그 허상의 사회화 과정이고, 그것의 지속과 확산에 있다.
대학의 문학관련 학과들, 대학과 언론사등에서 곁다리로 운영하고 있는 평생교육원 문학관련 강좌들은 가관이다.
나는 늘 궁금하다. 그곳에서는 무슨 말들이 오고 갈까? 어떤 구랏발이 먹히고 있는가가 못내 의심스럽고 우습다.
순진한 문학적 열망들을 앞에 두고, ‘시를 좀 써 보시지요,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작품 쓰시겠어요’와 같이 말해지는 담론들이 있을 것인데, 그건 십중팔구 사기의 행렬이다. 눈밝은 사람에게는 단번에 ‘엿먹어라’ 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엿 먹고 싶은’ 문학행진들이 지칠 줄 모르고 파종과 번식을 거듭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경향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구려 문학좌판들을 어떻게 설득하여 철거시킨단 말인가. 이 글을 두드리고 있는 나부터 행진의 대열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는 꼬라지는 차마 희극적 공포다.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가증스런, 시인이여, 친애하는 독자여.
이제 당신들의 이마를 향해 총구를 정조준할 때가 왔다.
탕! 탕! 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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