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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천하지대봉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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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호목사(21세기농촌선교회장)
요즘 농촌에서는 빨갛게 익은 고추들을 따느라고 정신없이 바쁘다.
석 달 간의 왕가뭄으로 담배잎 따는 기간이 늦어져 고추따는 시기와 겹치는 바람에 더 눈코 뜰 새가 없다.
한여름 땡볕아래서 땀으로 온몸을 적시며 아픈 허리 구부리고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농민들의 일하는 모습에 안타까움과 함께 숙연한 마음을 갖게 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던가! 과연 맞는 말이다.
인간의 역사가 열리면서 농업은 인간과 사회의 살림을 지탱시키고 떠받쳐주는 바탕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농업이 오늘처럼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세계적으로 200여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부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1960년대 초 경제개발 정책이 실시된 때부터이니 겨우 40년도 채 못되는 기간이다.
수천년간 인간의 기간( 其間)산업이었던 농업이 어쩌다 모두가 등지는 일이 되었고, 40이 넘은 총각이 장가도 못가는 지경이 되었으며, 대물림은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업으로 급전직하(急轉直下)했는고.
이제 농업은 천하의 대본이 아니라 대봉이 되었다.
누구나 무시하고 발로차고 뜯어먹는 대봉이 된 것이다.
피땀흘려 생산해서 상품으로 만들어놓고도 제 물건에 가격도 못 매기고, 억울한 일이 있어서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대변해 줄 조직도 없고, 의료보험 수가는 월급받는 사람들과 달리 동산(動産)과 부동산(不動産)을 기준으로 산정하여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게 내고 있으며, 빚은 자꾸 늘어 가구당 평균 2000만원을 넘었으니 갚을 능력이 없고, 시설재배하라는 유혹에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유리 온실을 지었으나 결국은 빚만 지고 그 비싼 유리온실에는 쥐새끼들만 왔다갔다하고 야반도주하는 농민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하고, 농민생활 평생에 남은 것은 퇴직금은 고사하고 부채와 골병뿐이니 그 어느 정신나간 바보가 농업을 자기 업(業)으로 선택하겠는가?
농업은 정말 천하의 대봉인가? 우리는 그동안 농업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생산력 중심의 입장에서만 보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중심의 사회에서 이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관점이 정말 정의롭고 정당하냐는 것이다.
첫째,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절대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산업이다.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으니 인간생존의 바탕이 된다.
에어컨 없이는 살아도 밥을 못먹으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둘째, 농업은 생명을 기르고 돌보는 생명산업이다. 공업은 철저히 인간의 계획에 의거하는 인위의 산업이요, 상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타산적인 업이라면 농업은 자연과 생명을 벗하면서 영위하는 무위(無爲)와 생명살림의 산업이다.
셋째, 흔히 사람의 기원을 얘기할 때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듯이 농업의 토대인 땅은 인간 존재의 기원에 맞닿아 있다. 농업은 자신과 일체인 땅을 대하면서 행하는 자타일체의 산업인 것이다.
다섯째, 건강한 민족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도 농업과 농민의 소중한 위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다. 지속적으로 소외와 처벌을 받는 사람이나 계층이 존재하는 한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특히 지난 40년간 농민들은 경제발전을 위해 차별받은 희생양이었다.
농업은 본성적으로 천하지대본이다. 다만, 사회적 여러 모순들이 오늘의 일그러진 농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농업을 우리의 인식과 삶 속에서 제자리를 잡아주자.
거기에서 공업중심의 도시문명이 부딪친 한계를 극복해 가는데 새로운 살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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