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무너진 지성 |
|
|
|
|
|
|
박선경(한라대학교)
한동안 386세대라는 말이 세상을 풍미했다.
모래시계 세대라고 일컬었던 이 세대들에 대한 다각도의 시각과 그들에 집중적인 분석은 어떠한 결론을 끌고 나올 수 있었던 만큼, 타세대들에 비하여 주목할 만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태생 그중에서도 이들을 구별짓는 특징은 80년대에 영욕의 청년기를 보냈다는 점일 것이다.
어쩌면 젊은 혈기로 숨쉬기에는 오욕에 가까운 세월이었지만, 영예롭게 그 시대를 온몸으로, 온정으로 전면 승부를 걸었기에 그나마 386세대라는 호칭이라도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80년대 우리는 전투경찰이 먼저 등교하여 포진하고 있는, 어떨때는 학생인원과 맞먹는 짭새들을 지나 진리와 진실을 탐구하겠다고(?) 강의실로 걸어들어 가곤 했다.
아무런 사회의식이 없었던 나에게도 우리학교 잔디밭을 차지하고 있는 그들을 지나치기엔 어이없다할까, 수모스럽달까 울컥울컥 치미는 감정을 꿀꺽삼킬 수 밖에, 그리고 이내 젊은 피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렇게 수도(修道)하는 나의 부류와는 달리, 신문지상에는 연일 투신과 분신, 자살과 타살의 젊은 열사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나의 비겁과 용기없음을 확인시켜 주며 나자신을 부끄러워하게 했다. 교수님들의 부르는 출석에 나는 소리내서 대답해보질 못했다.
왜냐하면 내 앞번호의 학생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최류탄에 대항하여 거리에 나섰기 때문에, 나는 죄스러운 마음으로 4년의 세월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신문을 보며 한사람만 자기의 지위에서 물러나면 이 강토가, 그 많은 친구들이 평화로울텐데 하는 생각에 그가 머리를 달고 있는 인간인지, 피가 흐르고 있는 온혈동물은 맞는지 매일같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어린시절 교실에 걸려있던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누나의 사진이 난데없이 떠오르면 혼자 멍해지곤 했다.
그분들이 왜 거기에 걸려있었을까?
그것을 교실에 걸은 지배세력은 피지배자에게 충성을 요구하기 위해 걸었겠지만, 나는 나의 길과 그들의 길이 두갈래 길이 진정으로 다름을 내게 확인시켜 주기위해 그분들이 그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더 절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나를 버릴 수 있는’ 정의로움과 진정한 시대의식이 없는 젊은이였다고 판단하며 스스로 오랜 세월, 시대의식이나 살아있는 정신과 나와는 담이 쌓여있다고 생각해왔다.
결국 그 잘난 공부(그 수모의 세월속에서도 꿋꿋하게 진리를 수호(?)하며 도서실을 지켜)를 통해, 강단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 강단에 서고 20대의 대학생들을 보자, 80년대내 대학생 시절이 생각나 나는 다시 또 참회의 세월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너희와 같은 대학시절, 백주대낮에 머리가 땅에 질질 끌리는 시체가 트럭에 던져질 때, 나는 그 모욕과 같은 시절에도 공부를 했단말이다.
이 강토의 온 지성이 무너지고, 우리의 정신과 공동체의 자존심이 군화발에 이지러질 때도 나는 지성인이 되고자 했단말이다.
너희는 실천하는 지식인이 성찰하지 않은 지성은 지성이 아니지. 인생에는 차라리 죽음이 아름다운, 죽음이 자랑스러운 순간이 있어 꽃다운 젊은 시절을 마치고 간, 이름도 기억나질 않는 친구…”
386세대는 이렇게 시대에 대한 세대에 대한 책임감과 아픔을 한순간에 떠안았거나, 나처럼 평생의 기억으로 가져가는 세대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486으로 업그레이드 할 순간에 와있다. 앞서간 친구들이 그토록 바라던 봄은 왔는가?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