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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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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
시인, 상지영서대 교수)
정부와 신문사 간에 전개된 세무사찰 갈등은 시민들에게 숨어 있던 정치의식을 일깨웠다. 이 문제는 정부가 내세우듯 개혁차원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신문사가 열올리 듯 신문사 탄압으로 읽히기도 한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논쟁
납세자와 유권자는 그저 아연스럽게 느낄 뿐
어느 것이 되었든 그 내용적 진위는 시민들 각자의 판단에 속하는 겠이겠으나, 갈등의 와중에서 불거진 정치인을 포함한 지식인과 시민들의 반응양상은 마음에 걸린다.
이 소란스러웠던 과정에서 정부측 입장을 지지하면 진보가 되고 일부 신문사의 입장을 거들면, 보수 혹은 수구가 되는 희한한 논점들이 부각되었다.
그건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난제를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고 판단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하나의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지는 듯한 조짐은 거북스러웠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는 무엇이고 보수는 무엇인가? 그것은 실체적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또, 이러한 문제들과 연계된 수다한 시민단체들과 기득권들이 정치와 신문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은 신문이 무얼 어떻게 해먹었는지 알지 못하고 살아왔고, 정부가 하는 개혁과정은 그 흔해빠진 도덕성의 순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도 일말의 의아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라는 언어는 한국사회에서 망신당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이나 지지는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비판에 맞서는 편이 고스란히 보수의 역할을 떠맡고 지지에 맞서는 편이 진보의 자리에 서는 것은 아니다.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다.
문제는 이들의 대립항이 사실 시민들을 위한 당당한 양심에 기초하고 있는가가 질문되어야 한다.
문제 있는 신문사가 조사받는 것이 어찌 탄압이 되겠는가? 또 그것을 제도와 법에 의해 심판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대들고 있는 신문사의 처연한 반발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를 지켜보는 납세자와 유권자들은 그저 아연하고 환멸스러울 뿐이다. 무성하게 펼쳐진 주장들이 기득권의 빽댄서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은 짜증스러워서 차라리 비애로웠다.
스냅 하나: 한 소설가의 신문 기고를 두고, 국회의원 여자가 사석에서 한 주정은 그것대로 인상깊은 삽화였다. 주정을 기사로 끌어들인 건 치사한 노릇이지만, 한편으론 저런 것들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아채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유의 시인 김수영의 말발이 아직도 유효한 것일까?
비숍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X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X이다/은밀한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일본영사관, 대한민국 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X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김수영,「거대한 뿌리」에서).
원주는 치악산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순결하고 사랑스런 반동들만 난분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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