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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賊反荷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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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갑자기 ‘언론자유수호’를 외치는 투사들이 많이 나타났다. 특히 일부 족벌신문들과 야당 내에 많다.
족벌신문 탈세·불공정거래 명백한 사실
일부 정치인 언론탄압 운운 ‘어불성설’
이들은 현 정권이 실시한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조사가 비판언론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들 중에 군사정권이 언론탄압을 자행하던 시절 언론자유수호를 위해 나선 적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언론탄압을 주도하거나 언론탄압에 동조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연히 권력과의 유착으로 호의호식한 사람들도 있다.
물론 현 정부의 조치들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내재돼 있는지 정확히 알 순 없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이 엄청난 액수의 탈세를 저질러 왔고 불공정거래행위도 일삼아 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최근 정부에 대해 쏟아 내는 족벌신문들의 비판을 눈을 뜨고 제대로 본다면 과거 군사정권 시절보다 언론이 더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족벌신문들과 야당 내 ‘언론자유수호 투사’들은 무조건 언론이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탈세도 불공정거래행위도 애써 무시하고 오로지 언론탄압이라고 목청껏 부르짖고 있다. 백 번 양보해 정부의 언론탄압 가능성이 염려돼 그런다고 인정해도 최소한 탈세나 불공정거래행위 같이 명백히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정도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정략적 이해 때문에 객관적 사실조차 무시해선 안 된다.
갑자기 언론자유수호 투사가 된 사람들은 이제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언론인, 학자들에 대해 ‘홍위병 운운’하며 비판하고 있다.
자신들이 호의호식하던 군사정권 시절 언론자유수호를 위해 옥고까지 치렀던 사람들의 언론개혁 주장에 대해서까지 이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뿐이다.
언론개혁 진영은 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단지 언론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만 지지할 뿐이다. 만약 정부의 조치가 신문의 편집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연결된다면 당연히 이에 대해 비판할 것이다.
언론개혁 진영은 정부의 언론탄압도 없어야겠지만, 오늘날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사주의 전횡이나 불공정한 경쟁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언론개혁이란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고,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언론개혁은 특정 정권과의 관계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야당의 한 소장 의원의 다음과 같은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화 투쟁의 결실로 언론자유가 꽃피었지만 독재의 철권이 있던 자리는 권력집단으로 변신한 족벌언론들이 차지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언론자유수호’ 투쟁을 하고 있지만 우리 당이 집권해도 권력화한 족벌언론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스런 현실 인식이라고 넘어가려고 하면서도 뭔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적반하장’의 현실을 극복하기가 갈수록 더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용규
상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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