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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과 ‘캠프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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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이라는 미국 영화가 6월 첫째 주말에 개봉돼 상영 중이다.
1억 4천500만 달러라는 초유의 제작비를 들인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다.
미국의 영웅주의에 사로잡힌 관객
미군 기름유출에 더욱 관심가져야
미국에서 개봉 초기에 흥행 1위를 달리던 이 영화는 최근 5위로 처지고 말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개봉 초기 흥행 1위로 기염을 토하다가 셋째 주에 접어들면서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미이라 2’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비록 최근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진주만은 한국에서 흥행에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만 놓고 본다면 이 영화를 만든 미국에서보다 흥행 순위가 더 높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만큼 볼거리는 많지만 정작 3시간이나 되는 이 영화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진주만을 기습한 일본에 대한 응징으로 ‘미국식 가미가제 특공대’가 도쿄를 공습한다는 내용이다.
바로 미국의 패권주의 또는 영웅주의를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뻔뻔스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미국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이 땅에는 여전히 많은 미군들이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며 뿌듯했을지 모를 미군들이 근무하는 부대 때문에 현재 심각한 소음공해, 환경오염, 안전문제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전국 80여개 미군부대 중 상당수가 도시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있어서 도시의 균형적 발전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그 동안 미군의 행태에 비해 우리의 대응은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말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군범죄인 처리, 환경조항 신설등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미군의 오만함과 무성의로 인해 제대로 해결된 문제들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태장동에 있는 미군부대인 캠프롱의 기름유출 사건이다.
지난 달 19일 기름유출 사실이 밝혀진 뒤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원주시민모임’은 주한미군 사령관과 해당 부대장의 사과, 관련자 처벌, 피해보상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군이 계속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원주시민모임은 지난 달 28일부터 캠프롱 앞에서 천막시위를 벌였다.
과거와 달리 원주시도 시민단체와 함께 나서 주었다. 그러나 6월초 환경부와 미군이 참여한 1차 공동조사를 통해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이 확인됐지만 2차 조사는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캠프롱 측은 어떻게 대충 넘어가 보자는 심산인 듯하다.
6월 19일에 미군기지주둔지역 자치단체장협의회가 모여 ‘미군공여지역 지원 및 주민권익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하고 입법청원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활동은 이제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들도 미군부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진주만을 보며 미국의 영웅주의에 사로잡힌 관객들이 정신을 차려야만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진주만이 아니라 캠프롱에 관심을 가질 때다.
박용규
상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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