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기우제(祈雨祭)라도 |
|
|
|
|
|
|
90년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의 논밭이 타들어 가고 있다. 석 달 넘게 계속되는 고온 건조한 날씨로 모내기를 못한 논이 많고 열흘 정도 더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심은 논도 갈아엎어야 할 판이다.
채소 고추 마늘 과수등 밭작물도 말라 비틀어져 간다.
두 손 놓고 마냥 하늘만 쳐다 볼 수 없을진대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민심이다. 기우제는 민간신앙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나라에서 직접 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국시대에는 물론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가뭄이 들면 나라에서 직접 기우제를 여는데, 소머리 돼지 닭 등과 같은 제물을 차려놓고 왕이나 대신들이 천지신명께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전국의 이름난 절을 기우도량으로 정하여 부처님과 용왕에게 비를 빌게 하였다.
기우제는 가뭄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의식의 형태가 다르다.
우선 사람의 원한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이 때는 그 원한을 풀어주는 방법이 동원된다. 묘가 허물어져 땅 밖으로 드러난 인골이 있으면 다시 잘 묻어주고, 옥에 갇힌 죄인들 가운데 억울한 이가 없는지 다시 심사하여 방면하기도 한다.
다음은 임금이나 지방 수령이 덕이 없고 정치를 잘못해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로서, 임금과 신하가 근신하여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고, 부채질을 하지 않고, 햇볕을 가리는 모자를 쓰지 않으며, 풍악을 울리거나, 가축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는다.
한편 비가 내리는 것이 음양의 조화냐, 용의 조화냐에 따라 비를 비는 주술의 형태에 차이가 있다.
여자가 키로 강물을 떠서 머리에 이고 흘러내리는 물에 몸을 젖게 하는가 하면, 여자들이 물동이를 이고 산봉우리에 올라 물을 쏟아 붓기도 한다. 또 동네 여자들이 산꼭대기에 올라 일제히 오줌을 누는가하면, 요염하게 차려 입힌 여자에게 음탕한 춤을 추게 하거나 속옷을 들추는 등의 행동을 한다.
이러한 행동들은 음기인 여자로 하여금 양기인 하늘을 유혹하여 정액인 비를 받는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음양사상과 관련되지만, 산꼭대기에 장작이나 생솔가지 더미를 쌓아 놓고 불을 질러 비를 비는 방법은 앞의 것들과는 달리, 양기인 불로 음기인 비를 직접 부르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실제로 기압의 변화가 적은 한밤중에 뜨거운 연기가 대량으로 생기면 이들이 차가운 공기와 충돌하여 비구름이 형성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매우 흥미로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비는 용의 조화로 온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용이 살고 있다고 하는 강이나 연못에 나무로 만든 호랑이를 넣어 용과 싸움을 붙이기도 하고, 잡은 개의 머리를 던져 넣거나 생피를 뿌려 용을 화나게 만든다.
이처럼 용의 화를 돋구어 비를 부르는 방법은 비록 아무리 무섭고 신령스러운 용이라 해도 사람이 짐승에게 빌 수는 없다는 우리 선조들의 자존심이 담겨 있다.
비는 대기중의 수증기가 식어서 물방울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자연순환 작용의 산물로 알고 있는 요즈음 우리에게 기우제는 터무니없고 허황한 웃음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는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과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도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선비정신을 이어 받아야 하지 않을까.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쟁을 멈추고, 극렬하게 치닫고 있는 노사갈등도 조화로 풀어야 한다. 사회의 지도층에서부터 과소비와 사치를 자제하고 되돌아 반성하는 분위기를 돋구어 주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중지되어 있던 장기수자원개발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물소비절약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여 안정된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기우제라 본다.
이은학
한라대학교 교수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