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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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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춥기도 꽤나 추웠다. 금년 정월 중순경 눈이 오고, 길이 빙판으로 미끄러웠던 날, 나는 두 번이나 같은 자세로 넘어져 왼쪽 손목을 다쳐 병원에 다니느라 고생하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주 전부터 지난겨울에 다친 그 손목 부위가 시리듯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고칠 수 있다느니, 아니면 없다느니 하는 시원스런 대답도 주지 않고 계속 물리치료를 받으라고만 하였다. 그렇게 나는 지난겨울에 대하여 원한이 많다.
그리고 봄이 되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갑자기 어느 봄날이 나의 눈 속에 꽃가루를 확 뿌려놓아, 나는 앨러지로 고생을 하였다.
꽃가루 앨러지에서 벗어난 지금 나는, 몇 달째 잔뜩 찌푸리는 군상을 하고도 비를 뿌리지 않는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을 마주하고 비를 내리라고, 마음속으로 위협을 하고, 마술과 마법의 말을 하여도 소용이 없다. 6월말이나 7월말에 큰 장마가 지며, 비가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우리 나라의 현재 농업인구는 두 자리 숫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비하여 정부에서 대처하는 가뭄대책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 동안 가뭄 대비책이 잘 이루어졌는지, 매스컴에서도 인사치레하듯 슬쩍 흘려버리고 지나가 버린다.
매지 호수의 물도 이제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비를 그리워하는 식물들을 생각하면, 목이 타고 입술이 마른다. 농민들의 가슴은 더욱 터질 듯이 아플 것이다.
나는 철원이 고향으로 초중고등학교를 그곳에서 다녔다. 아직도 부모님 두 분은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
지금이야 예전과 달라 기계들이 웬만큼 힘겨운 일들은 다 해치우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질구레하게 많은 일들은 인간이 직접 해주기를 기다린다.
그런 부모님에게 나는 거의 한 달이 다 되도록 전화통화를 못하고 있다.
전화통화를 하면 무슨 말씀을 하실 줄을 나는 다 알고 있다.
부모님이 뿜어내실 한숨소리가 무서워 전화를 못한다.
산길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일이나, 올해는 무척이나 많이 송충이를 비롯한 자벌레들이 숲에서 풀들을 뜯어먹느라 들끓는다.
어제는 산길을 거의 다 내려와 두 그루 사과나무에 이르렀을 때, 한 그루 사과나무가 나무 잎은 줄기만을 남긴 채, 나무 잎의 수만큼의 송충이들에게 자신을 맡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처절하고, 끔찍하였다.
가물수록 송충이들이 극성이다.
생각해보니, IMF시절에 기업주나 기업간부들이 자신들이 키운 기업에 대하여 행하였던 행태가 꼭 이들 송충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기말년의 과거의 정치가들 또한 그렇게 송충이와 같지 않았을까? 우리 주위에 쓰러져 가는 기업이 있는가? 그곳에 분명, 가뭄을 예견하고 수액을 빠는 송충이들과 같이, 기업의 부도를 예견하고 마지막까지 돈을 빼어내는 송충이 같은 인간들이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한 무더기 메뚜기 새끼들이 풀숲에 버스럭거려 놀란 적이 있다.
아마도 모두 합하여 100여 마리는 되었던 것 같다. 성경과 많은 고전작품들이 메뚜기 떼가 많으면 가뭄이 든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니 가뭄이 들면 메뚜기 떼가 많다고 했던가?
그래도 한쪽 마음으로는 메뚜기를 못 본척하고 싶다. 아니 처음부터 본적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심하게 가뭄이 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김명복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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