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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일상(日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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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젯밤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다가 주차선도 없는 곳에 가로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애를 먹다가 차량 주인을 불러내게 되었다.
편파적 규범에 대한 저항이
개인간 투쟁으로 굴절되기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였으나 그 사람의 성난 얼굴 표정을 보자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 곳에 주차하시면 안돼요.”라는 한마디에 열살쯤 젊어 보이는 그 사람은 남들도 다들 그렇게 주차한다면서 내 기술 부족을 탓하며 차를 빼지 않고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경비원의 설득으로 결국은 차를 비켜줬지만 밤새 편안한 기분이 아니었다.
좁은 공간을 비집고 주차해보겠다는 경쟁 시장의 논리에, 주차 규범을 지키라는 도덕적 훈수가 그 사람의 비위를 건드린 것이었다. 나는 끝까지 참지 못한 내 인내의 한계를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지방 이 변두리까지 주차 공간을 이렇게 좁게 만든 건설 회사와, 법령과 관계된 당국까지 원망스러웠다.
일본의 동경 근처 시골 지방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곳곳이 마을의 농토 한가운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시골이라 자기 집 앞에 차를 세울 공간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마을의 차를 한곳에 모아두고 거기까지 걸어가서 타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아파트 동마다 아이들 유치원과 학원 버스가 마구 들어와 뒤엉키고 롤러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사이를 곡예를 하듯 자동차가 빠져나가는 우리네 풍경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그건 개인의 주의 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이 우리 사회 아닌가.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법과 무질서, 그리고 이로인한 수많은 대인간 분쟁들은 개인의 교육과 도덕성으로 규제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수많은 성난 얼굴들과 잠재된 분노의 덩어리들 앞에서 전천후 친절과 예의를 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약자들의 무기」를 썼던 스콧트(J. Scott)는 체제가 부과하는 규범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배치될 때 사회적 약자들은 ‘일상적 저항’을 일삼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회내 만연한 무규범은 의도적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법을 지켰을 때의 이익과 어겼을 때의 이익간의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합리적 계산에 의해 도출된 행위 결과일 수 있다.
또는 그 사회가 부과한 규범이 애초에 지키기 어렵거나 편파적으로 어느 계층에 유리할 때 일상적 저항은 지속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저항의 표현과 형태가 원인자인 국가나 정책으로 향하지 않고 일상으로 굴절되어 개인간, 집단간 투쟁의 형태로 변질된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보이지 않는 투쟁의 확산과 개인의 비도덕성으로 귀책되어 사회내 많은 균열을 가져오기 쉽다.
제도적 해결책이 없는 곳을 지배하는 것은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다.
힘이 센 자, 목소리 큰 자가 지배하는 곳, 그 곳이 전쟁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전쟁터로 화하지 않기 위해 내가, 그리고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김명숙
상지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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