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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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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은 황사로 하늘이 뿌옇더니, 오월은 황사가 날려 산자락 위로 노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침에 보니 차 뚜껑 위로 두텁게 송홧가루가 쌓여있다.
이러한 봄날은 눈이 실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지옥이고, 잔인한 날이다. 비라도 가끔 내려 말끔히 하늘을 씻어주는 구원의 손길마저 없다면 더욱 미칠 노릇이다.
어디 송홧가루뿐인가?
붉게 피어나 눈이 시도록 화려하게 피어난 철쭉과 연산홍은 꽃가루가 아니더라도, 그 아름다움으로 눈이 아리고 아프다.
봄의 아름다움에 대가를 지불하여야 하는 것인가?
요즈음 꽃가루로 누구나 고생이다. 눈이 아프고, 눈이 아프니 두통이 나고, 두통이 나니 변비가 생기고, 목이 아프고 열이 난다.
소위 꽃가루 알레르기이다.
이 봄의 알레르기는 마치 감기나 독감의 증상과 비슷하다. 봄날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는 대가이다.
알레르기란 살아있는 생명체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자연스런 질병이다.
또한 외부의 이질성이 생명체에 침투하였을 때, 그 이질성에 대하여 반응하는 형식이 알레르기이기도 하다. 결국 가장 일반적인 질병의 개념은 알레르기라고 할 수 있다.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우리는 그 상태를 질병이라고 하는데, 항상 정상을 추구하며 유지하려는 생명체가 그 이상에 대하여 알레르기의 형태로 반응을 보이는 것, 바로 그것이 질병의 형식이다.
여기에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알레르기가 있다.
질병을 퇴치하기 위하여 약을 투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리고 약에 대하여 질병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 여기에 삼중의 형식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있고, 질병이 있고, 약이 있다. 질병의 위치를 대치하려는 약의 공격에 대하여 질병은 또 다른 형태로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이 알레르기이다.
이 또 따른 형태란 아주 특이하다.
질병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외의 또 다른 질병을 유발시킨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근육 이완제 약을 먹었는데 몸에 피부병이 생겼다.
몸의 습한 구석마다 진물이 생겼다. 질병이 약 그 자체에 대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너무나 엉뚱한 질병의 반응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어린이날 저녁에 아이들이 돼지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식당을 찾았다. 음식의 차림표를 보니 삼겹살이 없었다.
가장 현명한 결정은 그 식당을 나섰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음식을 청하였고, 시간이 꽤 지나, 상위에 음식을 차리면서 여주인은 상의 끝에 앉아 있던 아내에게 쟁반 위에 있는 음식들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당황한 아내는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앉아서 여주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날 우리 식구는 먹은 음식이 체하여 밤새 화장실 신세를 졌다.
그렇게 알레르기란 의외의 반응이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어느 유명한 곰탕 집이 소개되었다.
곰탕 집주인 할머니가 손님에게 반말을 하고 심지어 욕까지 하는데도, 손님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돈 내고, 욕먹고 밥도 먹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 음식점에 갔을 때, 주인은 손님을 대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카페테리아가 아니라면? 주인의 눈치를 보아가며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경우를 가끔 당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우리가 대접을 받아야 할 공무원으로부터, 오히려 대접의 요구를 받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공무원들이 빚어내는 모순들, 혁명이란 그러한 모순들이 빚어낸 알레르기의 형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명복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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