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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교통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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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너무나 간단하게 일어났다.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4월 8일 오전11시30분.
개운동 하이마트와 엘지전자판매점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횡단보도에서였다.
타이어마트에서 차의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드는 시간이 30분, 그 시간을 기다리기가 무료하여 평소 사고 싶어 하였던 노트북을 볼 겸 삼성전자판매점으로 가기 위하여 횡단보도를 들어섰다.
차선의 반에 들어서 나머지 반을 건너려고 서있는데 봉고차 한 대가 앞에 서서 운전사가 길을 건너라는 신호를 하였다.
그리고 길을 건너려는 순간 차 한 대가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나는 껑충 뛰었던 것 같다.
나의 머리는 자동차의 백미러에 부딪치고 인도로 나가 떨어졌다.
운전사는 계속하여 내가 뛰어들었다고 몇 번인가 말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려 하였다.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팔과 허리에 타박상으로 아파 괴로워하는데, 계속하여 술 냄새를 풍기며 나의 잘못만을 추궁하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무슨 보행자가 잘못이냐, 그리고 대낮부터 술에 취하여 음주운전을 하고 무슨 생떼를 쓰느냐고 말했다.
그랬더니, 본인은 운전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내가 운전을 하였다고 기겁을 하며 말했다.
오늘 집안에 환갑잔치가 있어서 한잔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원하면 돈으로 해결하여도 좋다고 했다. 돈으로 해결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우선 병원부터 가자고 하였다.
사고지점에서 가까운 원주의료원에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였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응급실의 의사는 머리를 다쳤으니,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한다며 입원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은 여름같이 날씨가 좋았던 날이었다.
이 좋은 날에 병원에 입원하여 누워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였다.
고집을 피워 집으로 돌아와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하고 1주일이 지났다.
타박상을 입은 손과 허리부분은 멍이 퍼렇게 드러나 보이기는 하여도, 통증은 사라졌다.
단지 머리가 문제다. 머리가 멍하고 띵하니, 방금 머리통을 얻어맞고 난 직후의 그 상태가 계속된다. 그리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직장동료들과 학생들이 병 문안을 왔다.
요즈음 책이 잘 안 읽히더니 머리의 회전을 빠르게 하라고 그렇게 세게 머리를 받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러다가 아주 바보처럼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고 두려움이 가끔 들었다.
아내는 내가 잠자고 일어나면 혹시 잠든 사이에 바보가 되지 않았나 하고 몇 가지 웃기는 질문을 하였다.
예를 들어 자신이 누구인가?
영어 책을 가져다가 읽어보라고 하는 등의 엉뚱한 짓을 하였다.
그때마다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며 교통사고의 전과 다름없이 그렇게 머리의 회전이 빠른 것 같지 않아 실망이 크다는 말만 아내에게 하였다.
쓰면서도, 혹시 내가 갑자기 다른 나의 모습으로 변하여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머리를 다친 교통사고가 그렇다. 일주일이 지나서 갑자기 말을 못하는 일이 일어나던가, 아니면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도 있다.
가해자는 전화 한 통이 없다. 살기가 바쁘겠지만 야속하다.
첫날을 빼고는 약값까지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아픈 것은 나인데, 비록 상대편의 잘못으로 내가 다쳤더라도, 전화하기가 여간 쑥스럽다.
그냥 이렇게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일주일만에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이었던가? 봄을 맞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나의 깨어남과 봄의 깨어남이 모두 축복처럼 느껴지는 봄날이다.
김명복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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