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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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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규
상지대학교 교수
신문이나 방송 같은 대중매체들은 정보나 오락을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산업화·도시화되면서 대중들이 정보나 오락을 대부분 대중매체에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에 의존하지 않고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알 수 없고, 적절한 오락거리를 찾을 수도 없게 됐다는 것이다.
시기에 따라, 또는 대중매체의 성격에 따라 정보가 강조될 수도 있고 오락이 주가 될 수도 있다.
정치적 격동기에는 정보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 논리가 더 크게 작용할 때는 오락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신문이 주로 정보 제공에 치중한다면, 방송은 상대적으로 오락 제공에 더 무게를 둔다.
그러나 오늘날 이런 구분은 더 이상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게 됐다. 갈수록 정보나 오락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대중매체들이 오락적 틀에 정보를 담아 내보냄으로써 정보의 오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추구를 위해 오로지 재미있고 없고의 차이만이 고려될 뿐이다.
이런 변화는 정보의 성격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 정보란 주로 뉴스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뉴스란 좁게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고, 넓게는 사실에다가 나름대로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다.
흔히 전자를 보도기사라 하고, 후자를 논평기사라 한다. 이런 뉴스는 대체로 시의성 있고 공공적인 주제와 관련된 사실을 보도하거나 논평하는 것을 의미해 왔다. 대중매체는 바로 이런 뉴스를 제공함으로써 권력을 감시·견제하고, 올바른 여론형성과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이른바 뉴스의 연성화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 만큼 뉴스 소재나 형식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의성 있고 공공적인 주제를 다룬 뉴스보다 오로지 흥미를 끌 수 있는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또한 중요한 사회 문제조차도 선정적인 보도방식으로 다루어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아가 이제는 정보가 뉴스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쓰이며, 생활정보·경제정보·연예정보등을 흔히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는 불가피한 추세라고 볼 수도 있다. 사회보다는 개인, 진지함보다는 말초적 욕구 충족이 우선시 되는 현실에서 대중매체도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대중매체가 독자나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당해서는 이윤추구는커녕 생존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뉴스의 연성화나 정보의 사사화(私事化)가 시대 변화의 불가피한 추세라고만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오히려 대중매체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시대 변화의 추세를 빌미로 대중매체가 이윤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진력해야 하는 지역신문부터 시대 변화의 추세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권력을 감시·견제하고 올바른 여론 형성과 역사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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