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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기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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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3월 19일 (월) |
김명복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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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풀린 듯하여 산을 올랐더니, 양지로는 언 땅이 녹아 땅을 밟을 때마다 한 짐씩 신발에 흙이 묻어져 나오고, 음지로는 눈이 쌓인 그대로 미끄러워 힘이 두 배 이상 들었다.
문제는 산을 내려 올 때였다.
멀찌감치 손을 내밀어 넘어지듯 나무 가지를 잡으며 내려왔다.
올해는 정말 봄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화사하게 피어난 노란 개나리와, 산을 붉게 물들일 진달래꽃 그리고 달빛에 수줍어하는 목련이 보고싶다.
며칠전 학생이 사무실에 가져다놓은 노랗게 꽃이 핀 수선화가 그나마 봄 기분을 나게 한다.
학기가 처음 시작하는 첫 강의 시간에 학생들을 매지 호수로 데려갔다.
호수의 물이 꽁꽁 얼어있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자, 우르르 꽝꽝하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강의에 출석한 70여명의 학생들에게 얼음이 깨어지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새로운 삶을 위하여 얼어붙은 마음들을 깨뜨리라고 하였다.
개학이 되면서 모든 신문들이 교육의 위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늘은 교사를 하는 제자 한 명이 잠시 나를 찾아와, 확인하고 싶고 알고 싶었던 문제들을 묻고, 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에도 그렇지만, 중·고등학교의 문제는 학생들의 변화에 교사들이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식이란 교사가 아니더라도 학원이나 아니면 혼자서도 공부하여 축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슨 일을 하여야 하는가?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으며, 흥미를 통하여 공부하도록 동기부여를 하여야 한다.
마치 목사가 성경을 통하여 신자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유도하듯이.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도록 학생들의 마음을 학문의 길로 돌릴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현 세대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공부를 잘하면 좋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
젊은이들이 공부할 시간이 없다. 학생이 핸드폰을 학교까지 가져가고, 집에서는 컴퓨터 게임이나 하면서, 언제 공부를 하겠는가? 흔한 말로 공부는 심심할 때 하는 것인데, 요즈음 학생들에게는 심심할 시간이 없이 재미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고독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 언제 공부를 한단 말인가? 혼자 있지를 못하고, 아니 이젠 두려워하면서, 틈만 나면 전화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본다.
나이가 어리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아니면 교수이든 학생이든 모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할 때 보면 마치 그들 모두 정신병자와 같다.
현 정부는 틈만 나면 젊은이들에게 공부가 아니더라도 할 일은 많다고 강조하였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교육 위기를 부르짖는 것은 웬 말인가? 공부를 잘해도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세상에 어떻게 공부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무엇 때문에 공부하라고 하겠는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한다면, 왜 졸업생들은 가만히 있는가?
왜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만들어 놓지 않고, 자기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가?
젊은이들이여, 일자리를 달라고 시위할 수는 없는가? 공부를 잘하고도 일자리가 없다면, 그것이 교육의 위기 아닌가?
더구나 가끔 “공부만 잘하여도 소용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변명이고, 괴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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