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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귀 기울이는 교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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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려운 세상을 살얼음 같은 세상이라고들 한다.
정월에 내리는 서설(瑞雪)은 상서로운 징조라 하여 행운을 가져온다고 하나, 20년만의 폭설과 연이어 내린 대설로 온 나라가 한파와 빙판으로 덮어져 버렸다.
물위에 살얼음이 얼었으면 밟지 않으면 되겠지만 진눈깨비 빙판이라고 들어앉아 있을 수도 없는 팔자이고 보면, 무릎이 뻐근하고 엉덩이가 깨지더라도 조심조심 걸어다니며 발품이라도 팔아야 할 우리네 민초들이다.
'설마(雪魔)가 설마를 잡았다' 고 했던가. 고뇌 어린 충정에 의한 묘수풀이라는 의원 꿔주기로 시작된 정국의 한파는 원칙과 법치의 극단적인 논리 끝에 건국 후 초유라는 영수회담의 결렬을 낳았다.
직후에 벌어진 안기부예산의 정치자금유용에 대한 검찰수사는 급기야 여야관계를 더욱 급랭시킴으로써 정치도, 경제도, 서민의 가슴도 꽁꽁 얼어붙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이 되어 버렸다.
서슬 퍼런 사정(司正)정국의 혹한 속에 구조조정이라는 진눈깨비 마저 내리고 보니 전국이 살얼음판으로 변해 서민들도 벌벌 기는 판이요, 위세 좋게 달리던 고관대작들마저 여기엔 어찌할 수 없는지 엉금엉금 기어가는 꼴이다.
그러나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 보자. 빙판이래야 대단한 것이 아니라 조금만 녹이면 밑바닥이 드러난다.
추한 권력의 바닥, 거기에 기생하는 바닥, 붕당싸움의 바닥, 눌리어도 천운이라고 한숨만 짓는 바닥, 그야말로 이런 바닥의 흙이 얼음과 짓이겨져서 논 삶아 놓은 진흙 밭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이를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권력의 치졸한 본성이다.
이들은 곧잘 한파 속에 진눈깨비를 뿌려 얼려 놓음으로써 바닥을 덮으려 한다. 마치 정국을 덜덜 떨게 분위기를 조장하여 민심을 가려놓는 것처럼.
따라서 근본적인 치유는 더러운 바닥을 먼저 정리하고 마른 흙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구조상 문제나 부패는 개선하여 나가면 되며, 이를 위해 대화로서 해결방안을 논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며 소위 상생의 정치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나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말이 속설만은 아닌 듯 싶다. 자기가 절대로 옳다는 일종의 신념이어서 상대편의 이야기에는 도대체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옛날 소크라테스는 토론을 할 때 먼저 반문법(反問法)이라는 것으로 상대편이 자기모순과 자기의 무지를 느끼도록 해 놓은 연후에, 다음에는 산파술(産婆術)이라는 것으로 피차의 공통요소를 찾아서 올바른 개념으로 끌고 들어갔다고 하지만, 워낙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대에게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서로 이야기를 해서 이해를 하고 합의를 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우리네 형편은 사사건건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어제 일은 어제일대로, 오늘 일은 오늘일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모두가 제 멋대로라서 도대체 파장을 맞추어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이야기해서 통해지지 않는 것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어서 문법이나 어휘가 서로 틀려도 안되겠고, 생각하는 방법이 논리 이전의 유치한 상태라도 안되겠지만, 들어 볼 의사가 없을 만큼 신념이 굳은 때에는 무엇보다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억지라는 억지가 대개 이런데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과정부터 라디오 파장 맞추는 실습을 필수 과목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안 맞으면 안 들린다는 이치를 깨우쳐서 남의 말을 듣는 습관을 훈련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원초적인 생각을 해 본다. 그저 답답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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