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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은 인간으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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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미국의 중동부로부터 동부 뉴욕, 워싱턴까지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마침 아는 분이 학위를 받게 되어 축하도 할겸 미시간주 앤아버시에 있는 미시간 대학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명랑하고도 진지한 의식이 거의 3시간 가량 계속되었다.
총장과 명예 문학박사 학위자가 자신들의 학문 경험을 진지하고도 위트있게 설명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우리 한국인들도 자랑스럽게 여러명의 수여자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창 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 갑자기 “숙모! 숙모!”하고 부르는 꽤 큰 소리가 들렸다. 낯선 곳에서 들리는 한국어라는 반가움보다는 창피함이 앞섰다.
그 곳에서부터 동부 뉴욕을 향하여 차로 여행하는 동안 4개의 주와 작은 여러 도시를 거쳐 지나가게 되었는데 곳곳에서 보여주는 그 사람들의 예의바름과 친절은 거의 국수주의에 가까운 나로서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의 번화한 빌딩 숲과 브로드웨이의 화려함 속에서도 일정한 질서가 그대로 눈에 보였다.
뉴욕과 워싱턴을 돌아볼 때에는 말도 서툴고 하여 한국 안내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려고 한국 관광 회사가 운영하는 단체여행을 선택했다. 그 때부터의 여행은 한마디로 쟁탈전이었다.
버스 앞좌석에 앉으려고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더욱 큰 해프닝은 식사시간이었다.
자리를 맡으려고 멀리서 식사 테이블에 모자를 던져, 앞서 온 사람들을 못 앉게 하는등 자못 우리네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거대한 박제 공룡의 모습보다 서로 싸우던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이 더 선명하니 그 여행은 실패한 여행이었다.
원주로 돌아오니 푸근하고 치악산은 여전하고 역시 자랑할만한 한국의 대자연이었다.
피로도 풀겸 아침 일찍 원주내 신도시에 있는 목욕탕을 찾았다. 싼 값에 이렇게 좋은 대중탕이 있는 우리 한국이 역시 좋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머리를 말리려고 카운터 아주머니에게 드라이어에 넣을 동전을 좀 바꾸어 달라고 했더니 아뿔싸! 나보다 어려 보이는 젊은 아주머니는 성난 얼굴로 “아침부터 이러면 우리 장사 못해요!” 하고 야단을 치면서 동전 10개를 거의 내동댕이치는 것이었다. ‘아니 이건 장사가 아닌가?’ 나는 조금 항의를 하려다가 더욱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 전에도 원주시내 어느 유명 상점에서 산 옷을 10분만에 반환하러 갔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아줌마! 불경기 몰라?”하고 윽박지르던 경험이 생각났다. 그 후 그 분은 어느 교회에 갔더니 새 신자를 안내하고 있었다.
출근하여 복도에서 만난 - 아니 그냥 스쳐 지났다고 해야 옳다 - 어느 직장 동료는 눈인사도 건네지 않고 무뚝뚝하게 걸어간다. 비록 통성명을 정식으로 하진 않았지만 어느 학과 어느 교수라는 건 분명 알고 있을 텐데 피해 의식이 큰 나는 혹시나 과거 어느 때 나의 언행이 그 교수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가 살핀다.
치악산 밑 아파트 꼭대기 층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나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나만 줄기차게 어린이에게까지 먼저 인사한다. 밤낮 보면서도, 하물며 우리 아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까지 준 적이 있는 아이가 인사를 하지 않자 나는 드디어 가르치기로 작심을 한다. “아줌마한테 인사해야지, 그렇지?” 아이가 멋적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드디어 살만한 도시가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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