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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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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박용규
상지대 교수
사람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한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대답을 해야 하면 등산이 취미라고 대답하곤 한다. 학문세계의 초입에 막 들어섰던 시절에 독서가 취미라고 말했다가, 연구자에게 독서란 일이지 취미가 아니라는 어떤 교수님의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난 이후 계속 등산을 취미라고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자주 등산을 다니지 않으면서 등산을 취미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자주 다니지는 않아도 그나마 취미라고 말할 게 등산밖에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등산을 취미라고 우길 것이다.
왜 등산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비용이 안 들면서도 운동이 많이 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학교나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 돈이 들 턱이 없다. 다만 조금 멀리 가 유명한 산을 오르게 되면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우선 교통비가 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숙박비도 든다.
또한 국립공원인 유명한 산들은 주차비와 입장료도 내야 한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다 보니 멀리 있는 유명한 산을 찾아 갈 기회가 줄게 되었다.
원주에 온 후 치악산을 곁에 두게 되면서 가끔씩 갈 기회가 생긴다. 정상 정복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어쨌든 치악산에 갔다 오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산을 오르며 크게 심호흡을 하면 이런저런 번잡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이럴 때마다 산에 오는 이유가 바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데 있지 않을까 하는 치기 어린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원주 사람들에게만큼은 꽤 큰 동네 뒷산 같은 치악산도 이제는 가기가 쉽지 않게 될 것 같다. 국립공원입장료가 또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일반승용차 주차요금이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오르고, 7월에는 입장료가 1천원에서 1천300원으로 올랐는데, 이번에 또 문화재관람료가 1천원에서 1천300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가 통합 징수되기 때문에 어른 한 사람 당 2천600원을 내야 치악산을 오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조계종은 ‘전통사찰의 문화재를 보수·유지하고 사찰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재관람료를 인상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내가 잘 아는 어떤 언론인은 80년 군사정권에 의해 강제 해직됐을 때 산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 세월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돈은 없고 시간은 많던 그 시절 산에 가 울분을 삭이고 나름대로 앞날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지금도 산에 가 마음을 달래고 앞날을 기약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산에 가는데 돈이 많이 들면 이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올린 측에도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계총 측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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