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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 종교와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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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 배 신부 (천주교 원주교구 주천성당)
직자로서 현실 문제에 관여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질책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너무 정치적이 아니냐? 신부가 현실에 대해서 뭘 안다고 … 교회 활동이나 열심히 하지 뭐 현실 문제까지 신경쓰냐?
신부님, 길에서 데모하는 것이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싸우고 다투는 모습이 아니라 거룩한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신부님이 그렇게 해도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민 단체 활동도 잘되고 있는데 꼭 신부가 관여해야 됩니까?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답답해서 속이 탄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고맙게 생각하며 몇 자 적어 본다. 일부 언론이나 정치가들, 속편한 종교인들은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한다. 또 일반 대중은 이런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교회의 비굴한 역사 안에서 탄생한다.
제 점령 당시, 일본이 조선에 요구했던 정치적, 사회적 강압에서 교회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서양에서 들어 온, 선교사들은 일본인과 한국인을 구별하지 못했다. 따라서 조선의 독립 요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숫자에 연연하기 시작한다. 교세를 확장하려고만 했지 조선의 아픔은 이해하지 못했다. 자연히 일본과의 충돌을 피하고 교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물론 그 당시 많은 종교인들이 독립 운동에 투신했음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훗날 군부독재 정권은 이 주장을 역으로 이용해서 현실에 참여하려는 종교계의 발목을 잡게 된다. 지금도 위 논리(?)는 가끔씩 기득권자들에 의해서 사용되어지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주장에 길들여져 있다.
교는 하늘의 그 무엇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구체적인 인간 삶을 떠나서는 종교일 수 없다. 종교도 현실 안에서 존재한다.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가 되며, 가정이 뿔뿔이 흩어지고 소중한 영혼이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데, 어찌 그 뒤에 숨겨진 자본의 횡포와 무기력한 정치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권이 무시되고, 민족끼리 상처 내고, 강대국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고 있는데, 어찌 그 뒤에 숨겨진 미국의 횡포와 그 똘만이들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지역으로 갈라져 신음하고, 사상으로 갈라지고 빨갱이로 색칠되는 이 횡포와 반역, 분열이 존재하는데, 어찌 그 뒤에 숨겨진 언론의 세뇌공작과 정치적 놀음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실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저 위에 무엇만을 말한다면 그것은 종교적 중독이다.
높은 가치와 진리를 말하지 못하고 현실의 득실만 따진다면 그것은 정치 집단이다. 둘 다 있어서는 안될 반인간적, 반종교적 현상일 뿐이다. 가난한 이, 억눌린 이들에게 희망과 해방, 자유를 주신 그 분의 사랑을 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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