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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많은 사연과 아픔 그리고 기쁨과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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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마을 설립 10년을 회고하며
‘자립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겠다고 맨 손으로 원주에 내려와 약 천평되는 간현 땅을 무상으로 빌려준 이창복(현 원주지역 국회의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포도마을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 맨 땅에서 헤엄치 듯 농사 한 번 지어본 적이 없는 시골에서 포도마을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사연과 아픔이 그리고 기쁨과 감사가 교차하는지 모릅니다.
그냥 저 혼자만 알고 지나기엔 아쉬움이 남아서 그것을 그때 그때마다 매월 ‘포도나무’라는 한 권의 소식지로 만들어 회원님들께 보내준 것 역시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정말 그 동안 포도마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간현 동네 한가운데에 포도마을이 있다보니 정상적이지 못한 저희 식구들을 바라보는 동네 분들의 걱정과 실제로 식구들 중 몇 명은 술을 마시기 위해 간현역 앞에 나가 구걸하며 몰래 술을 사먹었던 일이며 포도마을에서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이 ‘포도마을 아이들’이란 따돌림으로 가슴아팠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더구나 농사일을 처음 해보는 지라 씨앗이 너무 작아 많이 뿌렸더니 너무나 촘촘하게 싹이 나서 채 솎아주지 못하여 제대로 작물이 자라지 못했던 일과 그나마 손이 덜 간다는 땅콩을 밭에다 심고 어느 정도 자라서 김매기를 하는데 식구들은 잡초와 싹을 구별 못하여 땅콩 싹마저 죄다 뽑아 버려 허탈했던 일, 게다가 때와 시기를 잘 몰라서 늘 뒤쳐지거나 또 아직 여물지도 않은 열매를 너무 빨리 수확해서 늘 동네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농사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납니다.
농사는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늘 이러한 시기를 놓쳐버리고 마는 포도마을에서의 농사는 짓기도 힘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자립이 어려워서 ‘어떻게 하면 우리 식구들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지정면 판대리의 황무지 땅을 사서 사슴을 사육해 보기로 하고 목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100마리를 사육할 만큼 큰 목장을 지으려니 가진 돈은 조금밖에 안되고 할 수 없이 자재를 사다가 식구들끼리 기둥을 박고 철망을 한 줄씩 엮어 펜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시작을 하니 처음 해보는 용접에 힘은 들었지만 공병대 군인들과 원주공고 학생들까지 도와주어서 그럴싸한 울타리를 치고 처음으로 꽃사슴 다섯 마리가 입주를 했을 때 긴 목에다
큰 눈망울을 하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꽃사슴들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던지요?
사슴 우리를 짓고 나서 그 다음해에는 우리 식구들이 거주할 집을 짓고 또 그 이듬해에는 식당건물도 짓고 또 그 다음해에는 2층에 물리치료실과 노래방을 짓고 작년에는 아담하게 2층으로 예배당에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여 우리 식구들도 문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한해 두해 살다보니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포도마을 10년사」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까지 마련하게되니 이 또한 얼마나 감개가 무량한지요.
그 동안 포도마을의 오늘이 있기까지 고생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우리 식구들, 그 중에는 벌써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신 분들도 있지만 그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아서 오늘의 포도마을이 이룩되었습니다.
특히 황무지였던 판대리 삼태올 골짜기에 사슴목장을 짓기 위해서 잡목을 베고 공병대 장비로 터 정비작업을 하여 사슴 울타리를 칠 때의 그 고생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옥토로 변할 수 있었나 싶습니다.
그러한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안정된 보금자리에서 영하의 날씨 속에도 따뜻한 심야전기 난방으로 방과 식당을 오가며 때로는 물리치료실에서 또 노래방에서 흥겨운 시간을 갖는 가족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포도마을도 십 년을 돌이켜보면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듯이 우리의 인생에도 시련의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포도마을이 하루아침에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기쁨으로 열매를 거둘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제 열 살이 된 포도마을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 성숙해져서 이웃의 아픔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기도와 격려로 포도마을을 이끌어주시고 저희 포도마을이 무럭무럭 자라서 길 잃고 외로운 새들이 찾아와 쉼을 얻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사랑의 물을 아낌없이 부어주십시오.
김정구 /포도마을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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