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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삶 진솔히 그린 마당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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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골 창단 10주년 기념 ‘방랑시인 김삿갓’ 공연을 보고
모두골은 원주가 낳은 소중한 문화패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는 모두골에게 격려를 보낸다.
김삿갓은 우리 한국인들에겐 매우 독특한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정상적인 사회진출의 좌절을 겪고 정처 없이 세상을 방랑하면서 시로 자기세계를 표현하되 격조가 높고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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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인의 삶을 마당극으로 꾸며서 지난 4월 2~4일까지 3일간 치악예술관에서 전업 광대패 ‘모두골’이 창단 10주년 기념으로 공연을 하였다. 많은 시민들이 관람하였고 모처럼 문화수요자로서의 재미를 만끽하였다.
마당극은 본래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없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로 오가되 현재의 일을 과거사 속에 투영하여 풍자하는 시공 넘나들기로 인해 관객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곤 한다.
그리하여 극 전개의 긴장도가 서양 연극처럼 조성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구체적으로 와 닿게하는 탁월한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관객들도 배우와 하나가 되어 일체감속에서 극이 전개된다.
김삿갓(김병연)의 나이 여섯 살 때 평안도 선천부사로 있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반란군에게 투항함으로써 대역죄로 처형당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이 사실을 모르고 성장한 김삿갓은 장원급제하였으나 시제인 “논정가산 충절사 탄김익순 죄통우천”이 할아버지의 죄를 논한 것임을 뒤늦게 어머님으로부터 듣고 “할아버지의 몸을 빌어 태어난 나는 그 알량한 몇 줄의 글로 할아버지를 죽이고 조상의 혼을 찢었다. 죄인이 어찌 햇빛을 바로 보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하면서 삿갓을 쓰고 천하를 배회하는 삶을 시작한다.
농민들, 시회를 즐기는 선비들, 훈장, 공허 스님, 가련, 문중 양반들등을 만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살피고 깨닫는다. 제도권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었고 선비의 근본이 백성을 사랑하는 데 있음도 깨닫는다. 제도권 밖에서 욕심없이 볼 수 있는, 김삿갓만의 통찰력을 갖게 된다.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마침내 “할아버님으로 인하여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는 고백을 한다.
마지막에 아들 익균을 만나지만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라고 하면서 결별하고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풍월 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 뿐일세”라고 읊으면서 또다시 방랑의 길을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돈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제도권 안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사는 게 무엇인지, 정말 중요한 근본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욕심을 증폭시키는 사회구조 속에 매몰되어 자신의 살아가는 모습을 살필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 작품을 공연한 광대패 ‘모두골’은 원주가 낳은 매우 소중한 문화패이다.
다른 직업없이 전업으로 외길을 걷는 이들이기에 그런 수준있는 공연이 가능했을 것이다. 곁눈질하지 않고 문화예술인의 길을 걷는 일은 우리사회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삶을 옆에서 보면 그야말로 예전 광대들의 삶과 비슷하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거처를 삼고,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고, 오직 자신들의 내부에 광대의 에너지를 축적하여 그것을 삶에 녹여 혼을 불사르는 연기로 자기를 구현한다.
새로운 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예술인들이 마음놓고 문화생산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이것은 원주시민들의 책임이요 몫이다.
자율과 창의를 목숨처럼 여기며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모두골’에게 격려를 보낸다.
한경호<목사·21세기농촌선교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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