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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시험을 거부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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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홍 일산초교 교사
초등학교 3학년 학생 학력진단평가 반대 의견
교육인적자원부(전 교육부)는 10월 15일을 기해서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력진단평가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발표가 나오자마자 3학년 아동을 둔 학부모들이 제일 먼저 긴장했고, 학습지 회사들이 긴급히 문제집을 만들어 판매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3학년 교실마다 정규 수업은 접어두고 문제집 푸느라고 열심이다. ‘평가 방식이 학습 방법을 규제한다’의 여실한 증명이다. 이 것은 공통 기본과정을 설정하고 이를 무리하게 적용시키려한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며 일찍이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전교조를 비롯한 각 교원단체들과 학부모 단체들이 한결같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전국 교육감회의에서도 우려와 함께 현실적인 수정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자는 결과의 처리방법에 대한 부분적인 수정안을 제시하며 일제 고사의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전교조는 전국 교사 대회를 열어서 전국 일제식 학력평가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며, 강행할 경우 시험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형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성화가 높은 현실이다. 근년에 들어오면서 초등학교에서 시험(일제식 지필 평가)이 아주 없어졌고, 시험을 너무 보지 않아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은게 현실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말은 정기적인(월말, 기말, 학년말 등) 일제식 지필 평가를 보지 않는다는 말로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진단, 형성, 단원, 수행 평가등의 다양한 평가가 계획되어 있고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학창 시절에 늘상 보아왔던 정기적인 일제식 지필 평가가 없다는 데 있다.
일제식 지필 평가를 보면 평균점수가 나오고 석차가 분명하여 아이의 성적에 대하여 판정을 명쾌(?)하게 하게되고, 나아가서 특정 집단의 (예를 들면 학교나 학급의) 평가(?)도 내릴 수 있으니 모든 게 명확하게 되지 않겠냐는 뜻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 선생들의 시험 거부는 자기 학교나 자기 학급, 나아가서는 자기의 지도능력이 드러나는 게 싫어서 시험을 애써 거부하는 모양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학부모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공부 시간이란 게 얼마나 재미없는 것이었는지를 금방 상기할 수 있으리라. 유일한 낙이란 딸딸 외우고 시험 본 후 몇 점 올라간 것을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시험 점수가 학습자와 학습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었다. 수업은 가르치고 베끼고 외우는데 집중했다.
6차 교육과정의 공이라면 초등학교 평가 방식의 큰 전환이며, 그 연원은 유의미한 학습을 통한 창의성과 개성의 발현에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을 왜 배우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알게 되는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아이들은 생생하게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며 공부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중요성은 길고 긴(평생) 학습의 입문기라는 점이다. 음악을 얼마나 ‘아느냐’ 보다는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의 학습은 지식의 총량으로서가 아니라 지식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구해 가는 좋은 방법을 익히는 데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의 수업은 유의미한 학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학습자인 아동은 우등과 열등의 ‘조기적인’ 구분에서가 아니라, 독립되고 특성을 지닌 학습의 주체로서 무한한 격려를 받아야한다.
이러한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특성을 무시한 채 무슨 고등학생 수능시험 보듯이 국가에서 일괄 주관하여 학력고사를 치룬다는 것이다.
3학년에서 시행되면 이어서 다른 학년에도 시행될 것이요, 국가가 하면 시·도 교육청은 물론 시·군 교육청 단위에서도 예비적인 고사들을 치를 것이고, 학교 단위의 대비는 당연하게 되리라. 그렇게 되면 머지 않아 초등학교 교실에서 유의미학습에 대한 노력도 자취를 감추게 되리라.
학원은 더욱 번창하고 아이들은 다시, 부모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시험 점수의 노예가 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행복은 성적순, 점수순’의 과거시대로 회귀할 것이다. 무언가 흐름의 큰 변화를 갖고 올 수 있는 사안의 입안에는 내부는 물론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과정이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10월 15일의 평가는 일방적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중단하고 논의와 숙고를 거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참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유로 초등학교 선생들이 시험을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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