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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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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명 숙(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겨울방학에 장애아동 부모들의 양육스트레스와 학대문제에 관한 논문관계로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자녀의 장애는 부모로 하여금 추가적인 양육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비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에 비해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동학대 발생 위험성이 비교적 높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외국의 연구에서는 비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에 비해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아동학대 가능성은 10배정도 높다고 보고된 경우도 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자녀의 장애 그 자체는 부모로 하여금 지속적인 보호와 감독을 요구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체계가 매우 부족한 우리사회의 경우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들 부모들과의 만남은 내가 기대했던 바와는 사뭇 달랐다.
이들 부모들은 이러한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은 장애자녀를 키우면서 별다른 스트레스나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며, 따라서 학대와 관련된 행동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이러한 반응은 장애자녀를 키운다는 사실만으로도 타인의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하고 있는 장애아동 부모들의 의식적인 자기방어라고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장애자녀 양육과정에서 많은 곤란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텐데 이러한 자신이 겪는 문제들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장애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모든 문제들을 혼자서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은 너무나 단순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 절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의 경우 소아마비로 인해 양쪽 목발을 사용하기에 비가 오면 우산을 쓸 수가 없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아무리 건물 가까이 차를 세워도 비를 맞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지나가다 만나는 학생들이 우산을 씌워주면서 “교수님, 오늘 우산 안가지고 오셨나봐요” 라고 말한다.
양손으로 목발을 사용해야 하는 나로서는 우산을 쓸 손이 없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아직까지도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매번 이 설명을 사람들한테 해주어만 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인 지원체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욕구를 가진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식이라고 보여진다.
장애인복지가 발달된 서구사회의 공통적인 특성중의 하나가 장애인부모회나 장애인기관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운동단체들이 매우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 스스로 또는 장애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사회는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나 서비스개발이 장애인들의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장애인복지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경우 “복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올바로 정착되지 못함으로써 아직까지도 복지를 국민의 “권리”가 아닌 국가나 사회의 “시혜”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분명히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복지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따라서 이러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권리의 확보는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복지의 교량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 내지는 책임으로 인식하고 장애인 본인은 물론 장애인 가족 지역사회는 모두 이러한 장애인들의 복지에 대한 권리를 회복하고 지켜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면서 사회의 여기저기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이제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서 우리의 욕구와 문제를 알리고 이를 위한 사회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바라기는 더 이상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슴으로 쏟아내는 이러한 목소리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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