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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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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김주민씨 대한민국 국적 취득 신청
얼굴도 못본 아버지 고향에서 살기로 결심
남북분단으로 이별 KBS 이산가족찾기로 확인
“부모의 국적을 갖기까지 이제 한달여 남은 것 같습니다. 53년을 기다려왔습니다.”
부모의 고향은 강원도 횡성군 읍하리, 자신의 고향은 중국 길림성 안도현.
한국으로의 국적변경 승인을 앞둔 김주민(53·중국 길림성토산축산진출국 집단유한책임공사 대련지사장)씨의 눈물은 지난 53년간 자수성가하기 까지 겪은 회한을 보여주는 듯 하다. “비록 부모님은 세상을 떠났지만 아름다운 고향을 남겨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김씨의 부모는 1935년 일제통치를 피해 만주로 옮겨와 살던 중 해방을 맞게됐다. 김씨는 해방 다음해인 46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해방과 동시에 찾아온 민족간 이념분쟁은 김씨 부자를 영원히 갈라놓고 말았다.
아버지는 김씨가 두살되던 해인 47년 고향 친족들을 보고 온다며 나간 이후 소식이 끊긴것이다.
해방후 남북 이념분쟁으로 철도 운행이 끊기고 6.25전쟁이 발발,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 됐다는 것.
다행히 김씨는 어머니의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길림성 조선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됐지만 76년 어머니는 그토록 원했던 고향 땅을 밟지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듬해 아내와 외아들(현재 29세)을 데리고 연길로 이사한 김씨는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된다.
82년무렵 KBS 이산가족찾기를 통해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를 찾은 것이다. 김씨는 이듬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당시만해도 비수교국이었던 양국 관계로 아버지와의 상봉은 번번히 좌절되고 말았다.
상봉의 좌절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84년 원주 상애원에서 국가보호대상자로 생활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씨는 이때부터 아버지의 고향 땅에 돌아가겠다고 마음먹고 무역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93년부터 우리나라의 대한무역진흥공사 형태의 중국 길림성 수출입공사 대륜지사장으로 근무하며 한국은 물론 북한과의 무역을 맡아왔다.
그러던 그가 그토록 그리던 부모의 고향에 첫발을 디딘것은 지난해 10월.
원주에 거주하는 친족들은 잔치를 열었다. 생전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지만 단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그해 12월 10일 국적변경신청서를 제출했고 1년여의 기다림 끝에 내달 중 승인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승인이 나면 부인도 국적을 변경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씨는 또다른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2세대는 국적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아들과 손녀들은 중국국적을 가질 수 밖에 없는것.
김씨는 “내가 겪었던 아픔을 내 아들에게도 안겨 주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면서도 제도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김씨는 국적변경이 확정될 경우 친족이 많은 원주에서 거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원주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많지 못할 것 같다. 그동안 자신이 해오던 남북한 무역의 중재 역할로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저 역시 민족분단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통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1년을 보내는 듯 길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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