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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칼럼] 거꾸로 가는 모성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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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시국회가 폐회되었다. 여성들의 숙원인 모성보호관련법 역시 폐회와 더불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모성보호관련법안의 좌절은 재계의 반대에 줏대없이 표류한 여당과 고용보험 파탄이라는 과장된 이유를 내세워 국민을 현혹시킨 노동부, 이를 방조한 야당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주역1.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아놓고 이틀만에 부엌에 나가 밥을 지었어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월차 12일, 생리휴가 12일 그리고 연차 … 365일중에 105일을 놀아요. 90일이 통과된다면 임산부는 165일을 논다고요. 이런 나라 있어요?” 모성보호법안 저지의 첨병으로 나선 자민련 조희욱의원의 대정부 질문 내용이다.
주역2. 경총과 전경련등 경제단체들은 출산 여성노동자 모두와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노동자 모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다고 상정하는 비현실적인 계산법을 통해 기업부담을 여성계 산정 수치보다 7천억원이나 많은 8천500억원으로 발표했으며 결국 여 3당은 이런 압력에 밀려 모성보호법안 2년 유예결정을 내렸다.
한국의 여성들은 세계에 유래 없는 경제성장기를 지내오면서도 제대로 목도 가누지 못하는 핏덩이 같은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나와야 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법으로 보장된 60일의 출산휴가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태반인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출산휴가를 14주 이상 법제화하고 있는 나라는 무려 57개국이다.
60일된 아이를 두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여성은 인생 최대의 고민에 시달린다.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가, 집에 들어앉아 아아를 키울 것인가’ 이 고민은 이땅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들이 직면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 줄 친정이나 시부모를 가진 여성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이를 대신 키워줄 사람이 없는 여성들은 할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다시 일하기 위해 사회로 나온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뿐이다.
남성의 63%에 지나지 않은 평균임금을 받고 그것도 2/3 이상이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비정규직인 여성노동자들에게 개발독재 시대에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파이론’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단지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는 우리사회의 미래 노동력을 키워내는 일인 것이다.
한국의 2000년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42명이다.
현재대로 간다면, 향후 노동인력의 부족현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여성들의 출산율이 1.42명으로까지 떨어진 이유는 우리 사회가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책임에만 맡긴 채 사회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육아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급격히 낮아지고 잇는 출산율을 잡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출산율의 추세가 지속되면 2015년 부터는 전체인구가 감소추세로 돌아서고 2020년에는 20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18.9명의 노인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모성보호는 그런 의미에서 여성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일 뿐이다.
다 쓰러져 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134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붓는데 동의한 정부와 국회가, 겨우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도약과 건강한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모성보호에 연간 1∼2천억원도 투자할 수 없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더 이상 여성에게 “아이냐, 직장이냐”를 묻는 잔인한 질문이 되풀이 되지 않는 사회, 출산파업이라도 일으켜야 하는 건 아닐까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용 정 순
(원주여성민우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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