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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수업
2004년 10월 11일 (월) . .
곽대순(치악중 교사)

요즘 서울의 이른바 명문 대학에서 수시 모집을 하면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고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오래간만에 여야의원님들이 한 목소리로 목청을 뽑아대는 걸 보면 나쁜 일은 나쁜 일인 모양이다. 대학 측에서는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한 학교의 학생 선발권 보장 운운하면서, 결코 불법적 처사는 아니었다고 옹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법 없이도 살고있는 나인지라 잘 모르겠지만, 결국 대학교 선생님들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돈 많은 학부모를 선호하시는 것 같아 시대의 선비라고만 알고있던 그분들에게서 언감생심 동료의식까지 느껴지면서 은근히 친근감까지도 든다. 그리고, 그렇게 선생님들의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강원도를 포함한 싸잡아 비강남권 학생들이 그런 학교에 가서 과연 기(氣)를 펼 수 있을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가끔 서울에서 교직에 근무하는 친구들을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할라치면, 그 친구들은 “생각해봐, 어떻게 서울의 1등급과 강원도 두메의 1등급을 같이 취급할 수 있냐 말이야? 이건 모순이야, 모순!”하며 마치 독립투사라도 된 냥 개거품을 물어댄다. 그 친구들의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강남의 아이와 강원도 두메의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뇌세포의 구조가 다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주로 서울에 살고 계신 이 시대의 지도자들이 정치를 후지게 해서 도농(都農)간의 격차를 심화시켜 놓고는, 그 피해를 온통 두메 아이들에게 지우지 못해 안달이다.
두메의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 성경에는 ‘아비된 자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건 마치 아이들을 약올리는 것이 취미인 듯, 아이들을 볶아댄다. 80년대 서울 반포의 고속터미널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고학을 해서 서울대 상대에 입학한 학생이 있었고, 90년대에는 막노동을 하며 공부를 해서 서울 법대에 수석 합격한 학생이 있었다. 이들의 영웅담이 메스컴을 장식하면 우리 아이들의 정신적 수난이 시작된다. “너는 뭐 하는 거야?”로 시작하여 “공부방이 없어, 참고서를 안 사 줬어, 널더러 돈 벌어 오라고 했어…” 등등 끊임없는 사설로 아이들을 노엽게 한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 보라. 구두닦이로, 막노동을 하면서 서울대에 입학한 그들은 남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일이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극성부모들의 원대한 프로젝트에 의해 사육되어 온 것이다. 절대로 일반화 될 수 없는 특수한 경우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용이면 어떻고 미꾸라지면 어떤가? 모두가 저 나름의 삶이 있고, 그 나름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정의로운 공동체를 이루고, 그 속에서 사랑을 나눈다면, 그곳이 바로 낙원이 아니겠는가? 대궐을 지탱하는 낙락장송보다 선산을 지키는 굽은 나무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못난 놈끼리는 얼굴만 봐도 즐겁다.’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이 땅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난 놈으로만 키우려 한다.
그래서 평준화를 해제시켜 아이들의 등급을 나눠 2, 3류 아이들에게는 좌절을 1류 아이들에게는 입학할 때만 기쁨을, 졸업할 때에는 내신에 치여 방황을 선사한다. 자기 새끼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남의 새끼들 기쯤은 무시돼도 좋다는 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집요하게 교내의 우열반 편성을 강요하기도 한다. 우열반 편성이 실패하면 마지막 카드로 내미는 것이 이동식 수업이다.

수학, 영어 등 이른바 주지 과목은 수준에 맞게 이동식으로 하라는 것이다. 나도 이동식 수업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그 해당 과목이 수학이나 영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이 땅에서 필요한 이동식 수업은 국민윤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리란 만인에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자의 윤리와 피지배자의 윤리는 서로 다른 것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배자에게는 지배자의 윤리를, 피지배자에게는 피지배자의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반 편성을 하냐고? 간단하다. 부모들의 재산 정도로 판단하면 된다. 상급학교로의 진학도 국민윤리 한 과목만으로 실시된다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충실한 진정한 자본주의적 학교를 건설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자본주의적 질서에 잘 순응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고교등급제 사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태평성대를 구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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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순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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