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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꽃집에 있을 때 제일 예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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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12일 (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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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횡성초등학교 교사)
날씨가 더워지면 거리엔 사람들이 참 많아진다.
퇴근 시간 무렵 어쩌다 시장을 한바퀴 돌다 보면 삼삼오오 짝지어 가거나 서 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저 애들은 학원에 안 다니나? 아니면 지금쯤은 집에 들어갔어야 하는 시간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에 다 아는 아이들인양 이렇게 속으로만 참견을 한다.
저녁시간인데도 별로 피곤해 보이지도 않은 저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책상 위 꽃병에 꽂힌 꽃들을 떠올린다. 처음엔 참 예쁘다. 코를 대고 내 온몸으로 빨아들이듯 향도 맡고 물도 때맞춰 갈아준다. 그러다 시들해지는 기미가 보이면 가차없이 쓰레기 통으로 버려지는… .
그러면서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어쩌다 꽃집을 지나다 보면 늘 생생하게 자리를 지키는 꽃들을 보게 되는데 그 꽃들은 영원히 시들지도 않고 항상 그 모습으로 웃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그렇다. 교실에서 자기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제일 예쁘다. 자기 자리를 지키며 활발한 활동을 할 때 제일 싱싱해 보인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에선 꺾이거나 시들거나 그래서 도중에 버려지는 일은 절대로 없는 것이다. 한번은 길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집에 들어오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여러 명의 교복 입은 학생들이 음료수를 먹고 있었다. 나는 순간 내 자신과 내기를 걸었다. ‘저 아이들이 음료수를 먹고 난 것을 쓰레기통에 버릴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곳에다 버릴 것인가’ 이 상황을 혼자 궁금해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1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던 쓰레기통도 자기에게 줄 것인지 아니면 아무데나 버릴 것인지 눈여겨보고 있었을 것이다. 내 생각대로 그 학생들 눈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자신들이 서 있던 자리를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버리고 잠깐 비켜서 있는 것이다. 그 학생들에겐 자기가 서 있는 자리 외에는 모두가 쓰레기통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 이 한마디에 겸연쩍게 다시 집어 쓰레기통에 넣었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렇고 내 말을 듣고 그리한 그 학생들도 뭔가 편하지는 않았을 텐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늘 제자리를 고수해야 할 사람들이 그리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건 작은 일이다. 교복을 입은 채로 손을 잡고 아니면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서로의 허리를 감싸 안다시피 하며 걸어가는 남녀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자랄때보다는 참 용기 있구나 하고 애써 좋게 생각해 보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점도 있다.
소리내어 침을 뱉는 일, 신발을 끄는 일, 상스런 말을 섞어 대화하는 일, 일상복처럼 보이는 교복 등 이런 것들을 하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까? 지금까지 이런 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어른들에게도 그 잘못의 몫이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학생은 학생으로서 어른들은 어른들로서의 제자리가 있을 텐데 왜 그 자리를 비켜 가려하거나 먼저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럿의 이런 장면을 보던 씁쓸함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사람들 틈을 갈 때 잘 여미어진 앞섶도 살짝 손으로 누르며 지나가는 학생들에게서 위로를 받긴 한다.
내 반 아이들에게 거리의 모습은 곧잘 교훈이 되어 들려지곤 한다.
그런 언니나 오빠들이 되지 않겠다고 목에 핏발을 세우며 얘기하지만 상급학년이 되면 왜들 과거는 잊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들도 이런 6학년의 생활이 있었을 것이고 알콩 달콩 선생님과 얘기하던 생활 지도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꽃은 꽃집에 있을 때 제일 예쁘다. 커다란 항아리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어도 어느 누구하나 밉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부러 튀어 보이려고 하지 않기에 더 정겨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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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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