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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밭에 똥 싼 개
2004년 06월 21일 (월) .
곽대순(치악중학교 교사)

우리 속담에 “상추밭에 똥 싼 개는 두고두고 저 개 저 개 한다” 라는 말이 있다. 상추란 여름철에 주로 집 근처 텃밭에 심어놓고 식사를 할 때에 따다가 대충 물에 휘휘 씻어 별다른 조리 없이 쌈을 싸서 먹던 우리네 서민들과 친근한 채소이다. 별다른 조리 없이 생으로 먹는 먹거리이기에 그 밭에 똥을 싼 개는 아무리 짐승이라 해도 사람들의 핀잔을 사, 그야말로 동네 공식지정 똥개로 공인을 받고, 두고두고 저 개, 저 개하며 손가락질을 받다가, 결국은 “복날 개 패듯 한다” 라는 옛말처럼 비명횡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상추밭에 똥 싼 개’만도 못한 자들의 만행으로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이름도 찬란한 ‘쓰레기 만두’ 나 역시 ‘쓰레기 만두’라는 생소한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시래기를 만두소로 이용한 신제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글쎄… 하도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겠는가? 50년대 자유당 정권 시절, 바닷물에 먹물을 풀어 간장이라며 군납을 한 이야기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지금은 복개가 되어 있지만 서울의 청량리 일대를 관통하는 개울이 있었다. 온갖 오폐수로 그것은 이미 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개울은 서울의 대표적 사창가인 이른바 588을 관통하고 있어서, 심심찮게 태아들이 배를 허옇게 드러낸 채 둥둥 떠다니고, 동네 개구쟁이들은 그 태아를 타켓 삼아 돌팔매질 경쟁을 벌리던 그런 곳이었다. 봉산천은 그곳에 비한다면 심산유곡의 1급수이다.
그런데 70년대 어느날 바로 이 개울의 똥물로 막걸리를 만들어 서울 시내 전역에 공급하던 업자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에 석달 열흘 전에 먹었던 밥알까지도 곤두서는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후에도 메뉴도 다양하게 석회 두부, 농약 콩나물, 염색 고춧가루, 톱밥 고춧가루, 톱밥 커피, 하이타이로 씻은 배추, 잿물로 삶은 순대 등등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대기업까지도 이 대열에 동참, 공업용 기름으로 튀긴 라면까지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이 걸레도 깨끗이 세척하면 행주로 쓸 수 있다나, 어쨌다나….

왜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자꾸 반복될까? 기업윤리의 부재? 그건 원래 그런 거니까, 새삼 문제삼을 것도 없다. 나는 우리 소비자들의 지나친 관대함과 건망증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90년대 벽두를 장식했던 대기업 두산의 낙동강 페놀 방류사태를 보라. 영남권 수백만 주민의 상수원인 낙동강에 두산이 독극물인 페놀을 방류했다. 즉각 분노에 가득 찬 전국민적 저항이 있었고, 두산 본사 앞에서는 연일 시위와 두산 제품 불매운동이 삼천리 방방곡곡을 메아리 쳤다. 나는 그 때 두산이 망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후 정확히 한 달 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취한 혀를 굴리며 ‘역시 맥주는 OB야!’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우리의 뜻 모를 관대한 건망증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천형처럼 ‘상추밭에 똥 싼 개’를 무슨 애완견이나 되는 양 끌어안고 주접을 떨며 살 것이다. 하긴 성경에도 예언되어 있다지, 그 날이 되면 믿는 자는 독약을 먹어도 죽지 않는다고…. 우리 모두 돈독한 믿음으로 이 어려운 세파를 각자 알아서 헤쳐나갈 뿐이다. 인명은 재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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