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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자랑 ‘친구’
2004년 03월 10일 (수)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함영기 원주고 교사


전출, 전입 수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새 학년! 학교, 학과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필자는 잃고, 얻었다. 얻은 것보다는 잃은 아픔이 너무나 컸다. 이십대들의 태반이 백수(실업자)라는 ‘이태백’, 일터에서 노예취급을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 먹고살겠다고 낙타에 바리바리 상품을 싣고 목숨을 건 채 사막을 넘어오는 아라비아 상인에게 ‘지중해에 비치는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짜증난다’는 단순한 이유로 권총을 쏘았다는 메르쏘(‘이방인’의 주인공)들이 던지는 돌팔매에 크고 검은 눈에 그렁그렁 가득찬 눈물이 유난히 반짝여 서러운 이주 노동자들의 아픔, 이런 시대의 아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외치던 내 가슴에 화석이 쌓여갔다.


‘비담임’의 아픔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恨)과, 이주 노동자들의 원(怨), 젊은 열정을 불태울 곳이 없는 ‘이태백’들의 ‘절망’에 어찌 비할 수 있으리요.


“학생 여러분! 한용운님의 시집 ‘님의 침묵’에 ‘군말’을 보면 ‘칸트의 님은 철학이고, 부처의 님은 중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탈하신 부처의 입장에서 볼 때, 세속의 108 번뇌로 아웅다웅하는 중생을 깔보거나 멸시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어 ‘나’와 같은 해탈의 경지로 이끌어 주어야 할 사랑의 대상으로 인식하였다. 여러분! 부처의 님이 중생이라면 선생인 ‘나’의 님은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그리고 나는 여러분들의 ‘밥’이 되겠습니다. 입에서는 매력적이나 몸에는 해로운 가공식품이 아니라, 농부님들의 땀과 정성, 어머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밥’은 우리의 힘이 되고 살이 되듯이 여러분들의 맘속에 오래 남을 정신적인 ‘밥’이 되는 ‘말씀’으로 존재하는 선생이 되겠다”고 새로 가르칠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서면서도 ‘비담임’의 슬픔은 나날이 더하여 감출 수 없는 얼굴까지 ‘돌’이 되어갈 때 내 손을 잡아 준 친구가 있었다. ‘따스한 찻잔처럼 친구의 손 맞잡고 있으면 서로의 아픔들이 녹아내려 치유 될 것 같은 믿음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친구에게 힘이 된다니 분필가루 하얗게 묻은 그 고귀한 손, 앞으로도 무진장 잡아주겠다’ ‘아이들 앞에 다시 서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 길고 길었던 해직의 아픔을 견뎌 낸 친구이기에 이 만한 아픔은 당연해, 내 눈에는 ‘선생의 순정’으로 보인다’며 내 손을 따뜻이 잡아 준 친구가 있었다. 그래도 잠자리에서 몰래 터져 나오는 한숨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세상에 산재한 수많은 소재들을 모아 아늑한 고향의 품속에 마련 된 한없이 정겨운 쉼터 같은 그 친구의 시적인 감성이 몇 일 동안 따뜻한 손길을 통해 마침내 내 가슴속의 돌들을 꺼내 주었다.


“말 /비우러 / 산을 오른다. / 거기엔 시시만큼 교통하는 / 무언의 질서 / 이제사 / 말 / 배우러 / 산을 오른다” 는 친구의 잠언 같은 시를 들으며 깨달았다.


한 인간의 자의식이 자발성이 아닌 기존의 관습과 타성에 의한 틀로 이루어 질 때 보이는 세속의 부대낌들이나, 산, 물은 소박한 모습 그대로의 산과 물이다. 어떤 자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길을 잃고 보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네. 보편적인 인간의 한계로 고독한 탐구가 시작되지만 첩첩산중, 오리무중의 곤혹, 답답함은 끝이 없네. 에라, 산이 물이 되고, 물이 산이 되는 차별 없는 공(空)의 인식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초월과 변용을 인식하면 굳이 산은 어떤 경우라도 산이어야만 하는 경직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니, 사랑과 긍정의 지고(至高)한 경지를 인식하면 풀, 꽃, 뿌리, 바람, 줄기, 눈, 비, 하는 것들이 모두 흙으로 돌아가 광활한 우주의 미세한 먼지가 되어 영겁의 역사 속으로 사라짐을 인식하면 산이 산으로, 물이 물로써 알파도 되고 오메가도 되겠지. 친구여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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