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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값지고 멋지고 아름다운 선물
2004년 02월 06일 (금)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김연일
횡성 청일중학교 교사


“선생님은 크레파스다 꿈을 그려 주기 때문에, 사전이다 지식을 나누어주기 때문에, 반창고다 상처를 감싸주기 때문에, 망원경이다 먼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눈이다 세상을 보게 해 주기 때문에, 거울이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모습을 알려 주기 때문에, 빛이다 앞을 비춰주기 때문에”


위에 제시된 글들은 지난해 내가 맡았던 학급의 내 책상 앞에 아이들이 〈선생님〉이란 주제를 가지고 창작극으로 남겨놓은 그림에 나오는 글이다. 심성수련의 하나로 진행한 것인데 선생님을 비유하는 것들을 조별로 연상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이야기를 꾸미는 것이었다. 그림을 들고 나와 발표하는 아이들 앞에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상기되었었다. 너무 소중하게 나를 깨우는 내용들이라서 3장을 벽화처럼 붙여 놓으며 “가장 값지고 멋지고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고백을 했다.


그 후로 아침마다 교실에 들어가면 그 그림을 바라보며 ‘선생님의 길’을 다시 생각하고 흐트러질지도 모를 나의 하루를 다잡으며 시작하곤 했다. 선생님이라는 말에 이렇게 긍정적일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새삼스러울지 모르나 아직 선생님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아이들이 많고 희망을 걸게 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꽤 괜찮은 길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한창 심리적 갈등이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공감하고 감싸고 산다는 것이 때론 고단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방학중 근무를 하러 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이 없는 빈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저만치 벽면에서 나를 깨우는 그 글과 그림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렇게 긍정적으로 선생님들을 인식하고 있는 아이들이 지금의 눈과 가슴을 지키며 살도록 해야하는데 혹시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었다.


지난 해 12월 말에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부터 내신성적과 선발고사를 병행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며 선발방법은 각 고등학교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는 토론과 합의 그리고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결정을 장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는 무한히 중요시하면서도 남과 함께 공존하려는 평등에 인색한 사회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일류대학병을 없애기 위해서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지방 일류고에 대한 학연이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1월 27일 도교육청은 선발고사를 유보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선발고사를 보려고 했는데 현행대로 내신에 의한 비평준화를 지속한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발고사는 의미 없는 복병에 지나지 않았었을 뿐 고교 평준화가 더욱 중요한 교육적 요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 교육을 살리기 위해 자기의 언 몸을 교육적 열정으로 녹이며 싸우던 교육동지들이 자랑스럽다.


돌이켜보니 지난번 근무 때 아이들이 붙여준 그 글과 그림 앞에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방학중에 일어났던 위와 같은 일련의 일들 때문이었다. 중학교에 들어온 그 어린 아이들에게 입시와 학력을 강조하며 경쟁으로 몰아붙이는 교육 풍토 속에서 교실 벽에 걸린 글과 그림들이 공허한 글과 그림이 되어버리는 날이 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 가 보아야겠다. 아이들이 써 준 그 글과 그림들을 다시 마음에 담고 ‘교사의 길’을 곰곰이 새겨 보아야 하겠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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