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거리의 교사 |
|
|
|
|
|
|
윤주봉
북원여중 교사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본 것이다.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남들하고 싸우는 것을 싫어했던 것 같았다. 일 대 일의 경쟁보다는 여럿이 함께 놀이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일들을 더듬어 보았다. 농부였고 많이 배우지 못한 아버님 생각이 났다. 무거운 짐이 실린 손수레를 끌면서 모퉁이 진 곳에서 좀 쉽게 가려고 남의 밭을 먹으면서 손수레를 끌면 호통을 치시던 아버님, 남의 집 연장을 빌려다 쓰고는 제 때에 되돌려 주지 않으면 화를 내시던 아버님 생각이 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면 피곤에 지쳐 주무시는 어머님의 이불을 고쳐 덮어 드리면서 나중에 내가 잘 모셔야지 했던 기억도 났다. 내 인생은 그런 생활들 속에서 나와 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구나 하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농촌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초임 시절부터 선생님들 모임에 나가서 가장 많이 듣던 얘기는 진급을 위해 점수 따지는 이야기였다. 다들 그렇겠지만 그게 참 싫었다. 어릴 때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 세상이 저절로 좋아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을 때만 그리고 그런 노력이 성공할 때만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좋아져야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점수를 따지는 일은 별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세상을 좋아지지 못하게 하는 문제들이 보였다. 그 문제들은 혼자보다는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풀면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은 초등학교 때 대부분 다 배운다.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너’의 문제일 것이다. 나만 바라보고 살 때와 남을 배려하면서 살 때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듯이 선거철마다 서로 다른 후보를 서로 최고의 후보라고 주장하면서 우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세상은 서로 다른 세상이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똑같은 태양을 바라보고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 하나는 잘못이고 서로가 다 잘못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서로 대립된 생각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벽’처럼 확고부동하기도 하다.
이러할 때 나에게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은 ‘너와 나’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박수치고 칭송하는 것은 그가 남을 위해 한 일 때문이다. 우리가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모든 일은 나를 위해 남을 이용하거나 해코지할 때이다. 교사의 존재가치는 학생을 위하는 데 있다. 그 일을 제대로 다 했을 때만 나는 사는 맛을 느낀다. 교사가 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그래야 학생을 좀더 제대로 잘 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내가 말리고 부모님이 불안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그래야 학교가 좋아지고 세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본분에 충실할 때 세상이 가장 잘 돌아갈 것’이라는 말은 세상의 모든 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에 나선다.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