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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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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고 함 영 기
원주투데이와의 인연으로 어느 해 보다 보람 있는 올해도 거의 지나가고 있다. 삼국유사에 수록 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내용의 전설을 생각해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말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고, 행복이다. 문학적 이론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모든 생명체는 어떤 형태로든 자기표현 본능을 갖고 있다. 원주투데이에 13회의 칼럼을 쓰면서 내 주변의 희, 노 ,애 ,락을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 드린다. 사랑스런 제자들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도 했고, 교육, 사회, 정치등 제반 문제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으로 몇 분의 知人 또는 독자들로부터 격려도, 항의도 들었다.
"한 선비가 독서를 하면 그 혜택이 온 세상에 미치고, 보람이 만세에 드리워 진다. 그래서 천하에 공변(공평하고 정당함)된 말을 '士論'이라 하고 당대의 으뜸가는 부류를 '士類'라 하며 온 세상에 의로운 소리를 고취시키는 것을 '士氣'라 한다. 君子가 죄 없이 죽는 것을 '士禍'라 하고, 학문을 강론하고 道를 論하는 것을 '士林'이라 한다."고 연암 박지원은 말했다.( '선비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사랑을 남에게 미루어 확산하는 어짊, 옳지 않은 일에는 분연히 일어서는 용기, 옳고 그름을 냉철하게 가르는 판단력, 들 때 들고 날 때 날 줄 아는 몸가짐 등 이런 것들이 가치를 지향할 때 '선비정신'이 된다. 예전의 교육은 한 마디로 '바른 선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士氣'가 진작되고 '士論'이 바로 서야 나라가 제자리를 찾는다. '士禍'가 일어나 '士林'이 무너지면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민생은 도탄에 빠진다고 했다.
'나'를 비롯하여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이 얼마나 '선비정신'으로 살았을까? 물론 '나'는 자신 있게 '선비정신'으로 살았다고는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살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이 시대의 부름 받은 선생으로 자임하며 '우리'는 분명히 외쳤다.
'교육개방 반대', '학생인권 보호 (NEIS 반대)', '교육평등(고교, 대학 평준화)'..... 위에서 인용했듯이 '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면 그 혜택이 온 세상에 미친다.'고 했는데 이놈의 세상은 수 천, 수 만 선생님들의 외침을 너무나 경시한다. 선생님들의 절규를 경제논리, 정치논리로만 보려고 하는 위정자들의 '사팔뜨기'눈을 통탄한다.
이렇게 통탄하는 심정으로 최근에 본 모의 수능시험(모의고사)에 대해 쓴 소리를 좀 해야겠다. 필자가 국어교사인 만큼 언어영역에 한정하여 말하려 한다. 모의고사든 실제 수능 문제든 국정 교과서(1종, 교육 인적 자원부 발행)인 '고등학교 국어(상),(하)에서 출제되는 문제는 13%정도밖에 안 된다. 주당 4시간 수업을 하는데 교과서 문제의 비중이 이 정도라면 학교 교육 정상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교과서에서 50% 정도는 출제돼야 교과서를 통한 정상수업이 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지난달 20일 사설입시 학원인 종로학원에서 출제한 모의고사에서는 교과서에서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았다. '공교육을 말아먹으려는 입시학원의 횡포'라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분노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이 발생했으니....
서울시 교육청에서 출제하여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2003학년도 12월 고1 전국연합 학력평가'(5일실시) 언어영역 문제에도 교과서 지문이 없다. ('구운몽'이 출제되었으나 교과서외 내용임) 이럴 수가 있는가?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 '시험에도 안 나오는 교과서 왜 배워요?'라는 항의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시험만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다.'라는 원칙론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공교육을 이끌어 가는 국정교과서가 이렇게 평가에서 외면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제발 선생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달라. 입시학원의 장사속셈에 공교육이 휘둘리키지 말 것을 교육당국에 간곡히 호소한다.
年末(연말)인데 덕담을 못하고 쓴 소리로 맺으니, 독자 여러분께 저의 부덕을 빌며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또한 원주투데이가 종합일간지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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