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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야하는 세상을 꿈꾸며
2003년 11월 20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요 몇 년 사이 강남 땅값이 수억, 십 수억을 호가하며 급등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학군 때문이라고 한다. 강북사람들은 강남사람들에게서 자녀 교육 때문에 심리적 후진성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고 자녀들에게 심지어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교육의 가치와 이상적인 목표는 실종된 지 오래임은 말할 것도 없다. 부를 이용한 출세주의로 점철되는 교육풍토, 그래서 교육이 또 다른 신분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가는 이 나라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현실을 보며 아연해 질 수밖에 없다고 하면 촌뜨기 교사의 촌스런 항변이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늘 우려먹는 ‘맹모 3천지교’의 유교적 논리가 오늘날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사회의 정신문화가 답보와 정체를 면하지 못하고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나는 시골에서 자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3 때까지 방 값이 쌌던 평원동 기찻길 옆에서 줄곧 자취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꽤나 고생스러웠다. 부모님이 보고싶어 울다 잠이 들던 생각, 아침에 일어나면 엄습해오던 그 외로움, 숨기고 싶던 도시락, 꾀죄죄한 교복 등 한참 크는 나이에 도시아이들에게 느꼈던 열등감과 주눅이 들어 다니던 모습들이 생각나곤 한다.


심리적 부담감과 불안감으로 공부가 되지 않아 힘들어하던 고등학교 3학년 6월 어느 날, 오후 마지막 수업시간 도중 창가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려 문득 밖을 바라보았다. 야간 자율학습이 있어 오후 6시가 되면 잘 차려입은 어머니들이 밥을 가지고 교문을 들어서시는데 그 일행 속에 누렇게 바랜 고무신, 고동색 고쟁이 바지, 빛이 바랜 주홍색 블라우스를 입으시고 파마기가 다 풀려 헝크러진 머리카락, 화장기 없는 구릿빛 얼굴에 너풀거리는 도시락 헌 보자기를 들고 정신 없이 걸어오시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시골에서 농사일 하시느라 따뜻한 저녁밥 한번 남의 자식들처럼 해다주지 못하신 것이 그날 따라 맘에 걸리셨던 것이다. 세련된 어머니들의 일행을 배경으로 한 그 남루하고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다가 쫓아나가 끌어안고 엉엉 울었었다. 이 일이 나 자신이 좀더 진지해지고 목적의식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시대적 정서에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해마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때마다 내 눈가엔 아직도 아이들이 슬쩍 눈치챌 정도의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잘 절제된 어머니의 힘이란 정말 위대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류를 지향하며 자본과 교육을 이용한 자녀의 출세를 통해 이 나라 권력과 부와 온갖 특권을 통째로 장악해 보려는데 급급한 저 강남의 어머니들에게 묻고 싶다.


TV자막에 나오는 불우이웃 돕기 ARS를 한번이라도 눌러 보라고 권해 본적이 있냐고. 늦은 귀가 시간 아이를 데려오는 승용차 안에서 점심 값이 없어 점심을 굶거나 지원 받아먹는 아이들,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고 마는 이 땅에 가난의 이름으로 사는 아이들이 곳곳에 많다는 것을 말해준 적이 있냐고. 그들도 함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공존의 존재들이란 것을 말해준 적이 있냐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이 땅이 누구의 땅이고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냐고.


소수만을 위한 땅, 소수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분명 ‘우리’의 땅이고 ‘우리’의 나라임을 아느냐고 말이다.



김연일


청일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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