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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우울한 기억
2003년 10월 16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교단칼럼-우울한 기억
<윤주봉 북원여자중학교 교사>

영월고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함백고를 두고 영월고로 다니던 한 학생이 있었다. 학생의 부모가 영월고를 다니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학생은 몸이 좀 약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동료들에게 다소 시달림을 당하곤 해서 담임의 입장에선 챙겨주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학생보다 더 왜소하고 힘이 없는 학생이 그 학생에게 당했다며 하소연 해왔다. 하소연하던 학생은 가끔 돈도 빼앗기고 얻어맞기도 했으며 그날은 담뱃불로 손목을 데이기까지 했다. 화가 나서 때려 주었다.

그냥 때린 정도가 아니라 영화의 장면처럼 폭력배가 사람을 치듯이 그런 식으로 교무실에서 피해 다니는 학생을 쫓아가며 막 패주었다. 그 때는 그것을 교육의 한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학생의 입장에 서서 살아가는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후에 유일하게 때려 본 기억이다. 일부 선생님들이 내가 선택했던 방법과 유사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말로는 더 이상 안되고 교칙을 적용하여 엄하게 처벌하기는 싫고 담임의 손에서 학생지도를 마무리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써 보는 것이다. 결석이 잦았던 위의 학생 은 얼마 후 자기 집 옆에 있는 함백고로 전학을 갔다. 내가 때린 것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교사들에게 이어오고 있는 이야기인 ‘말에게 물 먹이기’의 비유다. ‘물(공부)이 필요한 말(학생)을 물가로 데리고 가서 말이 물을 안 먹으려 하면 강제로라도 물을 먹여야 한다는 것과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가서 말에게 물을 먹을 것을 권하되 먹고 안 먹고의 문제는 말의 권리에 속하는 것’ 중 신중하게 선택해서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학생들은 절대 다수가 후자에 손을 든다. 나도 학생들과 같은 생각이다.

왜냐하면 공부하는 일은 강제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학부모의 입장에서 갑갑해하실 지 모르지만 사람이 바르게 크고 열심히 공부하는 문제는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길러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을 이겨내면서 노력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아낄 수 있는 사람만이 남을 존중할 수 있다. 인간답게 올바르게 커 나가는 사람만이 이기심을 극복해 낼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애정만이 자신을 있게 한 조상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 교사와 역사 교사가 가르쳐 주고 싶은 공동체 의식과 역사의식은 자신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자란 것이 많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발전을 위해 몰두한다. 그런 눈으로 남을 보면 남도 소중하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생각은 강제적인 방법이나 경쟁적인 방법으로 길러질 수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을 때리지 말자고 하는 것이다. 강제적인 방법을 극복해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물을 먹여야 한다고 권하고 설득하고 호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같이 생각하는 교사들이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학생에게 전념할 수 없는 조건에 있다. 교사에게는 학생과 대화하면서 함께 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사들에겐 시간이 너무 없다. 담임이 하루에 한 명과 대화해도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학원과 학교를 비교하면서 ‘공교육의 붕괴’라고 조롱 받는 학교 교육의 질적인 문제는 극복되기 어렵다. 입시경쟁의 시스템을 체념으로 받아들인 채 의무적인 야자 감독시간을 이용하여 피곤에 지친 학생들을 다독이는 성실함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또한 경쟁과 경쟁력은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학생들과 부단히 함께 살고 있는 교사들이야 말로 우리교육의 희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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