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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식처럼 다가온다
2003년 10월 03일 (금)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김연일(청일중학교 교사)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놀러 온 아이들과 함께

보내게 된 것이 소중한 가르침 일깨워 줘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 자식처럼 대한다는 것이 말로는 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정서적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온전히 내 자식과 똑같게 느껴진다면 더 진한 사랑과 더 호된 채찍으로 더 따뜻하고 더 바른 아이들이 되도록 키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여름 방학 전, 딸아이와 같은 학년인 3학년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한번도 선생님들 댁에 가본 적이 없는데 이번 방학에 선생님 댁에 놀러가도 돼요?” 하며 기대에 찬 표정을 했고 나는 반갑게 허락을 했다.


8월 중순 무더운 날 아침 전화가 왔다. 시골에서 9시차를 타고 나오는 중이라고 했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맑은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아이들이 얼마나 설레이며 기다려온 발걸음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선생님 앞에만 서면 얼굴이 달아올라 할말도 못하고 쭈삣거리며 수줍어하다가 도망치고 싶었던 내 중학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학교 아빠 제자들이 온다고 전날부터 방을 치우고 맞선 보는 사람들처럼 새 옷을 골라 입고 기다리고 있다가 어색하고 쑥스럽게 처음 보는 친구들을 맞이했다. “선생님”하며 내미는 봉지에는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오이와 호박 그리고 옥수수가 바리바리 담겨져 있었다.


서로 소개를 한 후 잠시 서먹한 듯 하더니 아이들은 이내 컴퓨터를 하고 피아노를 치며 서로 거리를 좁혀 나갔다. 아내가 싸준 점심을 아이들과 둥그런 두레밥상에 앉아 먹고 시내로 나갔다. 그리고 내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이 서로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끼리의 시간을 주고 돌아서 왔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벌써 친해져서 쉴새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활짝 웃고 있었다. 영화를 함께 보고 서로 머리핀을 사주고 만난 기념으로 이미지 사진을 찍어 나눠 갖고 길거리에서 군것질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막차를 타고 가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딸아이가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다.


다음날부터 서로 적어준 전화번호와 메일주소, 지니 아이디를 가지고 채팅도 하고 전화도 하며 오래 전부터 사귀어온 친구들처럼 가깝게 지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딸아이가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그 아이들 집을 방문했다. 아이들끼리 만나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참 신기하기만 했다.


아이들끼리도 친해졌지만 나도 학부형들과 더 친해진 느낌이어서 좋았다. “우리 딸 바꿀까요?” 하며 서로에게 건네는 농담 한마디에 아이들이 정말 내 자식 같은 진한 감정이 밀려왔다.


요즘 전에 쉽게 갖지 못했던 마음이 쉽게 쉽게 생겨나서 좋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내 자식처럼 진한 이름으로 다가오는 기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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