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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뒷모습
2002년 07월 18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양 승 준
(시인·원주여자고등학교 교사)


·1956년 춘천 출생

·춘천고, 강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상지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2년 제5회 <시와 시학> 신인문학상
당선

·1998년 제1회 <열린 시조> 신인문학상
당선

·<북원문학상> 및 <원주예술상> 수상

·<시와 시학> 동인, <오늘의 시조학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 : <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사랑, 내 그리운 최후>

·저서 : <한국현대시 400선 - 이해와 감상>
1·2

·현재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사, 상지영서대
언어예술과 강사







결국 히딩크는 떠나갔다. 떠나면서 그는 ‘굿 바이(Good Bye)’ 대신,‘소 롱(So Long)’이란 말을 남김으로써 한국 축구와의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꿈속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실현시킴으로써 삼천리 방방곡곡을 승리의 거대한 함성으로 물결치게 하였으며,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을 이해(利害)나 이념, 또는 지역감정이나 노사감정, 그리고 세대감정등을 초월하여 뜨거운 조국애로 폭발하게 하였다.


그는 이렇게 승리의 기쁨으로 우리를 환호하게 했으며, 극적인 감동으로 우리를 눈물 흘리게 했으며,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우리를 오래도록 잠 못 들게 하였다.


그야말로 지난 6월은 우리가 마치 ‘히딩크공화국’의 행복한 백성이라도 된 듯한 느낌으로 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듯 싶다.
생각해 보라. 과거 언제 우리에게 이 같은 기쁨과 감동이 있었던가. 언제 우리에게 이렇게 하나된 적이 있었던가. 히딩크, 그는 분명 남과 다른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 ‘무엇’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를 ‘탁월한 리더’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그것은 그가 지난 월드컵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얻지 못했던 한국 축구를 짧은 기간에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여기에는 리더 부재라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고 하겠다.


둘째, 그를 ‘능력 있는 경영자’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그의 리더십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킴으로써 세계화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있는 이른바 한국적 병폐를 완전히 없애고자 하는 소망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그를 ‘훌륭한 아버지’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선수들의 개별 장점은 살리고, 각기 다른 개성은 조화롭게 통합시켰을 뿐 아니라, 비록 경기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신뢰하며 선전을 독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넷째, 그를 ‘아름다운 시인’으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한국의 역사가 길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역사를 내가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출정식 때의 출사표나,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승리의 예감을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라고 말한 것이나,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이 확정된 후 “한 잔의 샴페인이 간절하다”와 같은 짧으면서도 강렬했던 그의 소감은 그야말로 성취와 열망을 간직하려는 시인의 축문이었다.


이것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 다섯째, ‘진정한 프로’로 해석하는 경우이다. 모두가 우리의 16강 진출을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에도 그는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했고, 마침내 그는 4강 진출이라는 성적으로 자신의 말에 책임을 다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남들과 차별화된 그의 그 무엇은 그 어느 것보다도 전국민의 열화와 같은 잔류 요구를 뿌리치고 ‘떠났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의 모습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되는 이형기 시인의 절창(絶唱) ‘낙화(落花)’를 떠올렸다.


결국 ‘정상(頂上)에 있을 때 떠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며, 그것을 몸소 실천하였던 것이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그 실천궁행(實踐躬行)에서 필자는 히딩크라는 한 인간의 위대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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