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비틀기 또는 뒤집기” |
|
|
|
|
|
|
조각가 박 광 필 - 기준과 룰이 무시된 채 흘러가는 사회속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한 사이 ‘정치’는 없어지고 ‘정권’만 난무한다.
여당에서 시작하고 야당에서도 도입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한 토론회에서의 공방을 보노라면, 역시 형식이 내용을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최근에 개봉된 유승완 감독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의 음모와 트릭 그리고 배신이 난무하는 허구의 싸구려 상황이 어쩌면 우리의 정치 현실과 이리도 흡사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허구로 지어내어 재미있게 재구성한 즐거운 오락물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우리는 깔깔대면서 가볍게 즐기지 못하고 우울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서며,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신랄하게 현실의 가소로움을 빈정거린 정치물로 분류하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감상일까?
논리가 빈약한 동거의 그 어정쩡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속내를 감춘 채, 아니 저의를 확연히 들어낸 채, 공동의 이익에 관계될 때에는 한편을 먹고, 각자의 이익에 관계될 때에는 재고의 여지도 없이 한 순간에 등을 돌리고 마는, 그래서 치고 받고 헐뜯다가 결국에는 서로에게 치유될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내고 피 흘리다가 드디어는 공멸하고 말아야 하는가?
더구나 계속 두들겨 맞아 비틀거리며 허우적대다가도 기습으로 한방에 상대를 쓰러트리고 승자가 될 수 있거나, 만신창이가 되어도 상대방 보다 덜 맞았다는 이유로 승자가 되는 권투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아니 투견장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은 아예 없고 지켜야할 최소한의 룰은 무시된 채 논리의 비약이나 합종연횡의 연속선상에서 출발한 ‘꿩 잡는 것이 매다’ 라는 식의 상황논리 속에서 본질은 왜곡되거나 무시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념논쟁이나 음모론이나 딱하기는 매일반인 것이 하나의 사안에만 렌즈를 고정하여 줄곧 국부만을 확대하는 춘화적 발상이 어안렌즈처럼 본질을 왜곡하고 사변적인 일에 집착하고 있으며, 이를 구경해야만 하는 우리들은 찡그리고 불편해 하고 거북해 하다가도 서서히 끌려 들어가 넋을 놓아버리는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휘말려 정신이 혼미해지고 아찔해져 판단이 멈추어 버리는, 격투기나 투견장 또는 저질 포르노를 보는 것처럼 단순한 구경꾼―진실의 낭비자로 철저히 소외시켜 버리는 상품의 소비자, 스탠드 위의 관객, TV 앞의 시청자―으로 전락시켜 결국 아무나 이겨도 되고 누가 져도 상관 없는 철저한 방관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렇게 비틀거나 뒤집다보니 ‘정치’라는 단어는 온데 간데 없고 ‘정권’이란 단어만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꿩’은 잡아서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친구들이 죽어서, 나는 다른 친구를 사귀었노라.용서를 바란다”는 모블랑의 싯귀가 자꾸 떠올려지는 것은 나만의 심약한 감상주의 때문일까?
원주출생(1956년생) /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및 운영위원 /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
|
|
|
|
|
|
|
|
|
 |
전체기사의견(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
|
|
|
| 전체기사의견(0) |
|
|
|
|
webmaster@wonju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