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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은 왜 박수를 안 쳤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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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금년 1월 4일, 원주시 여성단체협의회의 신년 하례식이 있었다.
원주시 여성단체는 전국에서도 이름을 날릴 정도로 잘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2000년도에는 원주시청 여성정책과에서 사업실적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상금 5억을 받은 데 이어 2001년도에도 전국 최우수 시로 선정되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는 보도도 수차레 있었다.
아무튼 그날 신년 하례식에서 원주시 여성단체자문위원회 김길수 부위원장은 원주여성들의 그런 업적을 치하하면서 “우리는 이제 이런 여세를 몰아 여성 국회의원도 만들고, 도의원도 만들도, 시의원도 만듭시다”라고 그 특유의 달변과 웅변으로 역설(力說)했다.
여기저기서 “옳소!”라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김 부위원장이 톤을 높일 때마다 수 차례의 박수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정작 박수를 더 많이 쳐 주어야할 거기 오신 귀한 손님, 귀한 남성분들은 어느 누구도 박수를 치는 사람이 없었다. 왜서일까? 어리둥절한 나는 이곳 저곳 남성분들이 앉아 있는 테이불을 휘둘러 보았다. 그러나 하나 같이 꼿꼿한 자세로, 아니면 머쓱한 자세로 그대로 앉아 계신 게 아닌가?!
너무나 돌발적으로 외치는 듯한 김부위원장의 역설에 미처 귀빈들은 본인들의 위치와 자세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오로지
“우리 자리 하나씩을 잠식해 들어오려 하는구나!”라는 그런 순간적인 판단으로 앉아 계신 듯했다. 필자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날 그 남성귀빈들의 표정이 그러했다는 것 뿐이다.
아무튼 그분들은 박수를 한 분도 안 쳤다.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론 자리를 빼긴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여성분들이 세네 번씩이나 박수를 칠 때 귀빈 남성분들께서도 한 번쯤만 쳐 주셨더라면 그날 거기 모인 여성들이 나와 같이 이런 엉뚱한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니 여성할당제니, 하여 세상은 무섭게 돌아간다. 그러나 정작 바뀌어야할 우리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알맹이 없는 형식일 뿐이다.
그건 그날 박수를 친 여성쪽이나 박수를 안 친 남성분들 쪽이나 똑 같이 변해 가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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