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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상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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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슬픈 도시락》등
지난 1월 15일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한 소설가는 참으로 묘한 뉘앙스(프,nuance)가 풍기는 이야기로 축사를 했습니다.
소도시인지 중도시인지 알 수 없는 어느 곳에 성당이 있었답니다.
성도들은 교리대로 신부님을 찾아와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마다 “저는 누구와 간통을 했습니다. 그 다음 사람도 또 저는 누구누구와 간통을 했습니다.” 고해성사를 하러 오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간통을 했다는 고해였습니다.
신부님이 듣다듣다 못해 너무 수치스럽기도 하고 민망해서 “이제부터는 간통했다고 하지 말고 난 어찌어찌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고해를 하라”고 일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후부터 “저는 누구와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전 누구누구와 미끄러 넘어졌습니다”라고 고해성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얼마 후에 그 신부님은 다른 곳으로 가시고 새 신부님이 그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前신부님 앞에서 하던 대로 “전 누구와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전 누구누구와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라고 고해를 했습니다.
그러자 새로 부임한 신부님은 시장을 찾아가서 도로를 고쳐야겠다고 간청을 했습니다. 시장은 ‘도로가 멀쩡한데 왜 고치느냐?’고 펄쩍 뛰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아, 아닙니다. 시장 사모님께서도 어제 세 번이나 넘어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즈음 우리는 정말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각종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로 얼룩진 이 사회는 정의가 무너지고 원칙이 무시되는 그런 사회가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름하여 도덕 불감증의 시대라고 하던가요?
이렇게 원칙에서 벗어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웃지 못할 넌센스를 작가는 그렇게 소설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정말 재미있기도 하고 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커서 그 말을 듣던 우리 청중들은 한 순간 멍해졌습니다. 원칙이 깨지는 사회,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룰(rule)이 무너지고 있는 이 땅에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정의와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 사회적 룰이 바로 서는 사회, 그리하여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 한 줌 부끄럼 없는(仰不愧於天, 俯不 於人) 그런 사회가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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