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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옷 말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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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박 광 필
■원주출생(1956년생)
■대성고, 청주교육대학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
■원주 「지금, 여기서부터」전 출품및
운영위원
■속초 강원국제관광엑스포
야외조각전 출품및 운영위원
■치악예술관 개관 초대전
■강원 감영 500년 기념 조형물 제작
■민긍호 의병장 기념상, 지용주 선수 기념상 제작
소설가 이청준은 어느 책의 작가 서문에서 자기의 소설 쓰는 행위를 “젖은 속옷 제 몸 말리기”와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처지에선가 젖은 속옷에 겉옷을 가려 입은 채, 그 속옷을 자신의 체온으로 기다려 말린다는 일이 얼마나 기분 찜찜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면 힘든 인내가 필요한 일인가를 이야기하며 결국 젖은 속옷을 말리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새로운 습기가 옷 속으로 점점 더 젖어 들어오고, 심신은 그만큼 축축한 속 옷깃에 친친 휘감기고 있는 느낌이라고 고백한다.
젖은 속옷의 부끄러움, 그것이 영원한 죄 닦음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인간 공동의 숙명의 짐이라 삶과 소설질의 원초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면 그 부끄러움을 자기 삶과 소설질의 원초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면 그 부끄러움을 자기 삶의 일부로 정직하게 수락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의 한 본질로서 귀속시켜 필생의 몫으로 혼자서 은밀히 감내해 나가려는 고통과 인내는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끊임없이 젖어드는 새로운 부끄러움으로 하여 부끄러움 자체가 되어버릴 것이며 작품활동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파는 뻔뻔스러운 장사판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자기 부끄러움에의 허심탄회한 귀의, 그리고 그 부끄러움과 아프고 은밀스런 화해, 그것이 비록 삶의 일반적인 도덕성에 상처를 줄지도 모르지만 본인에게는 그것이 가장 정직하고 유일한 자기 화해의 길일 것이며 이런 자기 부끄러움과의 부끄럽고 부끄러운 화해를 통하여 이웃과 이웃들의 부끄러움과도 그런대로 따뜻한 위로나 화해의 작은 통로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투철하고 현실과 역사에 대한 신념이 강건하게 살아가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우주만물과 인간 생명의 이치에 통달하여 인간 존재와 그 삶의 목적이 자명하여 탈세속과 몰아적 지혜의 자유자재한 완성을 꿈꾸기는 더욱 언감생심인 내가 작업실에 틀어 박혀 나무나 돌 또는 철을 두들기고 깎고 다듬으며 망치질을 해대는 짓거리는 무슨 연유에서 일까?
매우 노동 집약적이며 가끔씩은 위험하기까지 한 행위를 반복하면서 놀이 같은 일을 하고 일 같지 않은(?) 작업을 해야 하는 부끄러움을 말려내지 못해 곤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존재에 대한 불안감에 생각이 모자라니 평상심을 찾을 수 없을 터이고, 세속에 마음이 쳐밖혀 있으니 탐욕의 무게를 감당해내기에 벅찰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 내 칙칙하고 휘감기며 젖어 있는 속옷의 부끄러움 ― 존재의 유한함에 대한 조급함에서 출발한 회한, 존재 가치의 부재에서 비롯된 불안감.
그 속에서 잠꼬대 같은 일상의 허망함,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비순수 등 ― 을 두들기고 깍고 다듬으며 망치소리로 말려 보려 하지만 어불성설, 어디 목탁 잘 친다고 득도 하는가?
그저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로 견디고 인내하며 솔직한 화해를 통한 자기정체성의 조망을 통해서만 젖은 옷들을 말려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부끄러운 화해를 통해서 이웃과 이웃들과 부끄러움과도 그런대로 따뜻한 위로와 화해의
작은 통로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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