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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첫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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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시인·원주농업고등학교 교사)
■1956년 춘천 출생
■춘천고, 강원대 국어교육학과및
상지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2년 제5회 <시와 시학> 신인상
당선으로 시단 데뷔
■1998년 제1회 <열린 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시조단 데뷔
■<북원문학상>및 <치악예술상>수상
■<시와 시학>동인, <오늘의 시조학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집:<이웃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다
>, <사랑, 내 그리운 최후>
며칠 전 필자는 아내와 함께 우리 지역의 한 방송국이 송년 특집으로 개최한 ‘가수 임지훈 콘서트’에 다녀왔다. 비록 한 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콘서트였지만, 열차처럼 무작정 앞으로만 내달리는 세월에 휩쓸려 그간 잊고 지냈던 추억 속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돌아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콘서트가 진행되는 시간 내내 관객들은 을씨년스러운 세모(歲暮) 정경에서 벗어나 추억이 안내하는 그리움과 따뜻함 속으로 들어가 스산한 가슴을 행복과 기쁨으로 채울 수 있었다.
공개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거의 30,40대 주부들로서 필자만큼이나 가는 세월에 아쉬움을 느끼는 세대들이었다. 이른바 386세대라 통칭되는 이 30,40대들은 그들 세대만이 갖고 있는 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윗세대나 아랫세대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는 그야말로 ‘어정쩡한’ 세대이다.
공부하고 취직한 후 결혼해서 아이들 낳아 기르며 가족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생활해 온, 그 바쁘고 힘든 주부들의 일상 속에서 젊음은 어느 순간 멀찌감치 사라져 버린 옛일이 되었을 뿐 아니라, 다가올 노후 역시 그리 만만할 것 같지 않다는, 막막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 ‘어정쩡한’ 세대의 주부들이 갖는 상실감과 초조감은 자연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상처를 대변하고 그들의 아픔을 위무해 줄 문화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이 주로 30,40대 주부인 것을 보면, 이들의 서늘한 가슴을 채워줄 것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해 진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우리 사회의 중심축인 30,40대 중년들을 위해 이러한 음악회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 연극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족하게 제공되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지역의 또 다른 방송국이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주부 백일장’ 같은 행사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수 임지훈’의 노래 대부분이 풍부한 서정과 떠나간 사랑에 대한 애절한 노랫말로 강한 호소력을 갖기에 필자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채 잊고 지냈던 첫사랑을 다시 꺼내 보았다.
이미 색은 바랠 대로 바래 있었지만, 첫사랑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 있었다.
비록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돌아보면 눈꽃처럼 눈부시게 살아나는 첫사랑. 첫사랑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현재 사랑만 하겠는가마는, 첫사랑이 갖는 그 애틋함이야말로 지금의 사랑을 있게 한 모태가 아니겠는가. 다음은 그런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필자의 작품이다.
아무튼 새해에는 가슴 따뜻하게 적셔주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부처님 상호(相好) 닮은 꽃망울들이 / 산목련 가지마다 / 하나 둘 매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 때로는 밥풀 같고, 때로는 / 오백 나한(五百羅漢) 같은 조팝나무 꽃송이도 / 새하얗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세월은 오늘도 이렇게 / 눈부시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늙었을 당신, / 난 가슴이 아파 /온종일 꽃그늘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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