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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3은 많이 아프다.
2001년 10월 04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시인 이 영 춘
(원주여자고등학교 교장)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원주여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6년 제1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
■제3회 윤동주 문학상
■제29회 강원도 문화상
(문학부문 1987)
■제10회 경희 문학상(1993)수상
■시집 《종점에서》, 《시지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점하나로 남기고
싶다》, 《슬픈 도시락》
■수필집 《그래도 사랑이여》 상재


지금 고3은 많이 아프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시간도 아프다. 어찌 이토록 어른들은 아이들을 아프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정책 입안자들은 ‘뭐든 한가지만 잘 하면 대학에 다 들어갈 수 있다고 떠벌렸다. 그런데 그 어른들은 지금 다 어디가 숨었는가? 죽었는가? 숨소리조차 들을 길 없다.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우리 학생들과 일선 교사들뿐 이다. 아니 그 뒤에도 말없이 가슴 졸이는 우리 학부모님들이 또 있다.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 들어간다는 말은 고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더욱 힘들어졌다.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특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당해 연도 5월부터 실시되는 수시 모집이란 것이 사람의 진을 다 빼놓고도 남을 만하다. 그 한 예로 각 대학마다 ‘자기소개서’란 것이 있다. 그 소개서의 각 항목들을 다 합치면 보통 10여장이나 된다. 물론 교사가 쓰는 ‘추천서’도 7~8쪽에 해당되는 것이 따로 있다.
학생들이 자기 소개서를 아무리 잘 썼다 하더라도 선생님들이 일일이 손을 봐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교사들은 초죽음이 된다. 그래서 대도시에서는 전문학원이나 전문업으로 하는 곳에 맡기면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도 받고 써 준다는 보도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오로지 학교에만 의존해야 하는 소도시나 시골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아픔과 그 어려움이 몽땅 교사들의 몫이 되고 만다. 밤을 새워 써도 한두장 쓰기가 바쁘다. 이 노고는 누가 보상해야 할까? 게다가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을 다 들어갈 줄 알고 1~2학년 때 맘껏 놀았던 학생들은 또 얼마나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당사자와 교사와 부모님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1차에 합격하고 나면 그 2차라는 것이 보통 만능박사가 아니고는 치러 낼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외국어니, 수학이니, 과학이니, 인문사회, 문학이니 등등 각 분야에 대하여 두루두루 알아야만 논술이란 것을 쓸 수 있고 면접시험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사성이 강한 사회 각 분야의 이슈가 되는 문제도 모조리 알아야 한다. 정규 교과과정을 다 섭렵하기도 바쁜 시간과 과정인데 이런 모든 분야까지 다 해야하니 정말 고3은 아프고 또 아프다. 이것이 오늘의 고3 학생들이 안고 있는 큰 짐이다. 짐이란 원래가 무겁다.


한창 자라야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과중한 짐이 그들을 누르고 있음에도 우리 학생들은 그 어느 누구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잘들 견뎌내고 있다.
기특하고 신통하다. 큰 바위를 계란으로는 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이해찬 1세대란 큰 멍에와 잘도 싸우고 있다.
특히 금년 고3 학생은 그렇게 많이 속았는데도 말이다. 80년대에 우리 사회에 한창 유행했던 것처럼 ‘하루에 4시간만 자야지 5시간 자면 망한다’는 1·4·5제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철저히 실행하고도 시간이 모자랄 뿐이다. 이 아이들의 1~2학년때 잃어버린 시간은 그 누가 보상해 주어야 할 것인가? 루소의 말처럼 ‘아이들은 어른들의 축소판이 아닌’ 세상이 언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인지 멀고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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