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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피를 부를 뿐이다
2001년 09월 27일 (목)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피는 피를 부를 뿐이다
그 사건은 경이적이었다. 얼만큼 경이적이었느냐 하면, 인간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경이적이었다.
그것은 충격 이상의 것이었다. 삶의 근거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것은 대체 누가 저지른 짓인가? 인간이? 아니면 외계인이? 구역질이 몸속 깊은곳으로부터 치고 올라왔다. 세 대의 비행기는 ‘인간성’이라는 허울좋은 가면을 찢고 내 내장 속에 푹 박혔다.

봐라, 문명인의 얼굴을 한 야만인아, 이게 바로 네가 저지른 일이다. 이것이 바로 네 얼굴이다. 100층짜리 건물 수 백 채를 지어봐라. 그것이 무엇을 보장해 줄 것 같은가.
9월 11일, 나는 강아지 또또를 붙잡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그날 내 눈에서 빠져나온 것은 눈물이 아니었다. 내 눈에서 빠져나온 것은 휴머니티라는 이름의 미신이었다.

나는 또또에게 “미안해, 미안해, 내가 사람인 것이 미안해”라고 말했다. 또또는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짐승은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놈은 자연 속에 조용히 머물러있다. 자연은 테러를 저지르지 않는다.

내가 비행기를 몰고 100층짜리 건물 속으로 처박히는 동안, 또또는 바닷가나 숲속이나 호숫가에 있다. 온순한 침묵이 그놈의 눈빛 속에 있다. 9월 11일의 사건은 그 행위를 누가 저질렀던, 나는 내가 범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고통스러운 책임을 느낀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내 사랑의 결핍 때문에,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욕망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자신의 땅으로부터 쫓긴 자들의 비참에 대한 무지 때문에, 그 거대한 건물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의 살이 찢어지고, 불타고, 건물의 잔해에 깔렸다고 느낀다, 참을 수 없이 그렇게 느낀다.


그동안 헐리우드는 9월 11일에 있었던 사건과 같은 상황을 가짜로 만들어서 돈을 무지막지하게 벌었다. 심심해하는 사람들이 자극을 원했으므로, 헐리우드는 가짜 현실 속에서 마구 부셨고, 가짜 영웅을 만들어냈다.

영웅을 가짜로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해서 사악한 악마도 창조해 냈다. 영웅은 한결 흠 없이 완벽하므로, 사악한 악마를 늘 간단하게 제압한다. 돈은 점점더 많이 벌렸다. 이미지는 막강했다. 그것은 실제보다 수천 배 더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팝콘을 먹으며 가짜 재난과 재난의 해결방식에 만족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가짜가 완전히 리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저히 진짜로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며 마구 버전을 높였던 가짜의 환상성을 수 십 배 초월하는 환상적 현실이 눈 앞에서 어느날 ‘정말로’, ‘진짜로’ 벌어져 버린 것이다. 보라, 이것이 시뮐라크르 문명의 귀결이다.

신기루를 가지고 존재놀이를 해온 인류가 도착한 귀결점은 가짜보다 더 환상적인 진짜의 복수이다.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 람보는 이 시뮬라크르 게임을 마저 밀어붙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부시-람보는 미묘하고 복잡한 현실의 맥락을 완전히 무시한 채, 선·악을 들먹이고, 십자군을 들먹이고, 성전을 들먹인다. 무한 복수의 불길이 지구 한편에서 막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참하게 죽어간 수많은 미국시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 사건을 저지른 현실적인 범인들을 찾아내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가 그 일에 대해 견딜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해서, 그 일을 현실적으로 저지른 범인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선의 자리에 오만하게 서서 그들을 응징하는 행위로는 이 무한 복수의 사이클이 절대로 끝날 수 없다고 믿는 까닭에 나는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다. 피는 피를 부를 뿐이다. 피는 더 많은 피를, 점점더 많은 피를 부른다. 피는 절대로 만족하는 법이 없다. 악은 바깥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 안에 있다. 9월 11일의 사건은 우리가 바로 그 사건의 범인임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감당하고 직시할 때에만, 우리가 악의 사악한 힘으로부터 벗어날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악의 존재는 선을 표방하면서 그것을 절멸시키려는 도덕적 오만이 아니라, 그것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용기에 의해서만 다스려진다.

9월 11일의 참사는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인류가 함께 저지른 것이다. 다르게, 정말로 다르게 살려고 각오하지 않는 한, 나 몰래 나의 하이드씨가 밤중에 빠져나가 비행기를 몰고


100층 건물에 처박히는 일은 계속
되풀이해서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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